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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무게가 다르다]

설명보다 먼저 와닿는 존재의 밀도

by 김도형

빛의 무게가 다르다는 말이 있다. 최근 읽은 보석 관련 책에서 보석의 가치를 설명하며 등장한 문장이다. 기계로는 측정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각, 그 추상적인 영역을 이보다 정확하게 짚어낸 표현은 드물다.


미술도 같은 지점에 서 있다. 수많은 작품을 접하면서도 그 가치와 존재감을 언어로 완전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빛의 무게’라는 말은 그 막연했던 감각을 구체적인 방향으로 붙잡아준다.


여기서 말하는 무게는 단순한 물리적 개념이 아니다. 미술에서 말하는 양감과 괴량감, 형태가 가진 밀도와 압력에 가깝다. 눈에 보이는 부피가 아니라, 화면 안에서 버티고 서 있는 힘이다. 묵직함과 농도, 쉽게 흩어지지 않는 응집된 상태가 이 안에 담겨 있다.


보석도 동일하다. 같은 방식으로 커팅하고 연마해도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원석마다 품고 있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온과 고압을 통과한 시간의 밀도가 그대로 몸에 남아 있고, 그것이 각기 다른 존재감을 만든다.


미술 작품 역시 시간을 견딘 결과다. 오래된 작품은 단순히 낡은 것이 아니라 색이 깊어지고, 층이 쌓이며, 단순한 밝음과는 다른 차원의 밀도를 만들어낸다. 눈으로 보는 빛을 넘어, 화면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처럼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그 상태를 두고 빛의 무게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요즘 이 일을 하면서 체력이 아니라 방향에서 소모되는 순간이 많다. 다루는 대상이 추상적인 만큼 기준을 잡기 어렵고, 선택의 기준 역시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정답이 없다는 점이 흥미를 만들지만, 동시에 끝없는 긴장을 요구한다.


이 지점에서 오히려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더라도 이런 영역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데이터로 환산되지 않는 것, 측정되지 않는 밀도, 존재가 만들어내는 압력을 읽어내는 일은 다른 종류의 감각을 요구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정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게를 구분해내는 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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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2025) 저자, 미술을 쉽게 풀어내며 전시, 작가 매니지먼트, 출판, 강연으로 예술의 가치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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