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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Jun 03. 2023

[빛바랜 위대함과 시대반영]


옥션에서 나와서 갤러리로 온 지 어언 1년 반이 넘어가고 있다. 뮤지엄피스와 같이 근현대 대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접하다가 지금은 정말 동시대 작가들이랑 작업을 하고 있다. 


문득 예전에 참 많이 보아왔던 작품들을 보면서 부모님의 주름을 볼 때의 느낌처럼 ‘그림이 참 늙었구나’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작품이 늙어 보인다니 참 묘한 감정이구나 하면서도 왜 그렇게 느꼈을까 한참을 고민하게 됐다. 산책 중에 나름 그 답을 찾았는데 ‘빛바랜 위대함 와 시대반영’이었다. 


그 당시 작가들의 작품들은 아카데미컬하며 스킬에는 말할 것도 없이 최상위로 대단한 밀도와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말 그대로 위대한 스킬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여기에 빛 바랜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그 당시 미술작품을 그리던 작가들의 시대는 그리 밝지 못했다. 일제강점기부터 전쟁의 상흔, 그리고 기본적인 생존에 대한 배경이 담겨있다. 재료도 제대로 된 것을 구하지 못했을뿐더러 그 시대의 아픔과 고달픔을 온전히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어쩌면 지금에 와서는 그 작품들을 마음으로 공감하고 느끼 기기에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지 않고 그저 아프고 엄숙하게만 느껴질 수 있다. 


그 작품들이 별로라는 말이 아니다. 아직도 도상봉 샘의 그 잔잔한 정물을 좋아하고 장욱진 샘의 함축성과 이중섭의 동세를 보면서 위대함에 감탄한다. 하지만 지금 동시대 작가들과 함께하면서 스스로 변화됐을 수도 있지만 느끼는 감정은 안타까움과 애절함이 느껴진다. 


미국에서는 크래프트나 가구에 대한 가치가 점점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수요나 공급에 따라 좌우하겠지만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시대를 늘 문화 예술도 반영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이것이 내가 느낀 위대함과 시대반영이다. 


#빛바랜위대함 #시대반영 #늙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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