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키퍼 Oct 30. 2023

조민<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

그녀 가족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 (벌써 몇 년이 지난 일이네) 나는 거의 뉴스를 보지 않았다. 너무나도 어처구니없고 속이 뒤집혀서 그 껍데기의 뉴스를 보는 것조차 고문처럼 느껴졌었다. 한 가족을 죽이기 위해 이렇게 한꺼번에 애쓰는 세상의 그 비정함에 그저 고개를 돌렸다. 외면은 아주 쉬운 도피가 되니까.


많은 것을 빼앗긴, 30 평생을 부정당한 그녀가 얼마 전에 에세이를 출간했다. 사실 가슴 아픈 그녀의 사연을 책을 사면서까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왠지 부당함을 보면서 소시민적 근성으로 고개 돌려 쳐다보지 않은 것이 새삼스레 미안한 마음에 책을 사서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구매 후에도 속상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읽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조금만 읽어볼까 하는 마음에 몇 페이지를 들춰보았는데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 가족의 비참한 이야기가 주가 아니었다.


그저 오늘을 사는 청년으로서 자신의 이야기, 취향이나 반려동물 이야기, 어릴 적 한 토막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쓰여있었다. 극적이지도 글솜씨가 유려한 것도 아니다. 강제로 삭제당한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도 사실만 언급할 뿐 진위를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 걸음걸음이 당당하다.


최근에 회자되는 책 제목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 한 개인의 삶을 외부의 힘으로 무너뜨리려 해도 근본을 뒤흔들지는 못한다는 것,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가진 힘으로 오늘도 나아가는 중이다. 세상의 비난이나 나 같은 어떤 동네 아줌마의 응원 따위는 필요 없는 누구도 아닌 그녀의 이야기는 이미 마음을 움직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