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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키퍼 Jan 08. 2024

김영하 <작별인사>

공장 초기화를 한 뒤에는 완전히 새로운 기억을 한 세트 넣어줘요. 아주 즐겁고 행복한 것들로만 해요. 인간들이 참 무정한게 자기들은 어둡고 우울하면서 휴머노이드는 밝고 명랑하기를 바라거든요.


몸을 달라고 해, 민아. 나는 너 보고 싶어. 다시 한번 안아보고 싶어.



더 이상 작가로서 김영하는 신선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래전 그의 작품들 <퀴즈쇼>,<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같은 초기작에서의 실험정신이 사라진 작가. 최근엔 방송에서의 그의 방대한 지식수준에 감탄하고 부러운 마음이 있었을 뿐이다.

별 기대 없이 전자책으로 읽은 작별 인사는 말하자면 의외성이 돋보였다. 50이 넘은 작가의 상상력과 순수함이 새삼 따뜻하게 느껴졌다. 요즘 이런류의 미래를 전망하는 소설은 너무 흔한데 김영하가 그리는 세계는 미래를 지향하지만 과거에 머물고 싶어 한다.

나는 이 작품의 키워드는 단연 "필멸"이라고 생각한다. 죽지 못하는 미래는 우리가 추구하는 세계가 아니다. 지금 우리의 삶이 아름답거나 견뎌내야 하는 그 무엇이라고 한다면 그건 끝이 있는 존재임을 자각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그러니 작별 인사란 꼭 해야 하는 삶과 이별의 의식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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