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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석 Dec 22. 2021

자연에서 인생 배우기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오늘 적어볼 책은 누구라도 익히 들어봤을 <침묵의 봄>이라는 책이다. '서울대 100 필독도서'에 항상 이름을 올리며 자연의 보존이 중시되고 있는 요즘 떠오르고 있는 책이지만, 소문으로만 접해왔고 실제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책 (이 책도 곧 정리해 글로 옮길 예정이다)을 읽고 감성보다는 이성의 축에 가까운 책을 찾다가, 한 번쯤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집게 되었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보통 논픽션 책들을 생각하면 반복되는 주장을 살짝만 말을 바꿔 되풀이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마치 우리가 말싸움을 할 때 화해를 위해 진전하기보다 돌고 돌아 계속 같은 이야기로 돌아오게 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책을 읽다가 주장을 파악하면 책에 흥미를 잃게 되고 진도가 자연스레 느려진다. 이 책도 "살충제가 자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를 여러 종에 빗대어 반복하여 설명한다. 그럼에도 페이지를 계속 넘길 수 있던 이유는 새로운 정보를 계속 던져주기 때문이다. 이 장르의 일반적인 구성이 단순한 의견 나열이라면, 작가는 숫자를 바탕으로 하는 상세한 사실들을 근거로 뒷받침하여 의견을 개진한다. 새롭게 알게 된 지식에 신기함과 재미를 느끼게 되며, 반복되는 의견이라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다 보면 지금의 시점에선 당연한 이야기들이 많아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책이 살충제의 사용이 본격화된 시점에 쓰였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벌레를 죽이는 데에만 급급하여 무분별하게 살포하고 있을 때, 작가는 그 부작용을 미리 내다본 것이다. 그 주장을 책으로 펴내는데 그치지 않고, 각지에 퍼져있는 정보, 심지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정보들을 책에 담아냈다. 이 부분을 고려하면서 읽으니 작가의 혜안에 감탄하며 문장 하나하나를 더 깊게 음미할 수 있었고 살충제 자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조용하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진 않을까'하는 의문이 들면서 현대에서는 어떤 살충제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살충제로 인해 꽃과의 상생관계에 있는 벌이 개체 수가 줄고 있는 반면, 방사선 및 GM 곤충을 통해 오염 없이 방제를 해내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많은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경각심을 가지고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충분히 있다.




화학적 방제 VS 자연적 방제


이 책에서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는 '화학적 방제'와 '자연적 방제'의 비교이다. 간략하게 옮겨보자면, '화학적 방제'는 인위적으로 조제한 살충제라는 화학물질을 통해 방제 작업하는 것을, '자연적 방제'는 해충을 자연적으로 제거하는 방법 - 예를 들어 해충의 천적을 해당 지역에 풀어놓는 방식 - 을 통해 방제하는 것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인공적이냐 자연친화적이냐로 요약할 수 있다. 


당연히 '화학적 방제'가 단기적으로는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 눈에 보이는 해충을 단번에 없애버리니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그렇기에 당시의 많은 사람들이 이를 채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루려 한 것에 대한 반작용인지, 살충제는 농작물에 스며들어 오히려 이들을 죽이기까지 한다. 결국 그 지역은 농작물도 없는 황무지가 되고 만다.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살포된 지역 근처의 농작물이나 동물/식물에도 살충제가 흘러 들어가 이들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며 생태계 전반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반대편에 서있는 '자연적 방제'는 다소 답답한 면이 있다. '화학적 방제'와 비교해보면은 해결의 진행도에 전혀 진척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초반에는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향이 두드러진다. 자연의 섭리, 즉 해충만 선택적으로 잡아먹는 천적의 습성에 의해 다른 농작물이나 동식물들은 별다르게 방해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원하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충의 천적'으로 불리는 유기체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불어나지는 않는다. 결국 이들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생태계라는 세계 속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표면적인 부분만 해결하려 든 '화학적 방제'와 다르게 본질을 꿰뚫어 해결하려는 방식으로도 볼 수 있다.

자연은 균형을 선호한다. 해로운 부분이 있다면 다른 요인으로 기울어진 저울을 바로잡고, 그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정교한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그 말인즉슨 조그마한 불균형은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것의 대표적인 예가 해충이다. 천적이 없는 곳, 유기체의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 곳과 같이 균형이 망가진 환경에서 균열을 뚫고 나온 산물이 엄청난 개체 수의 해충이다. 


결국 이 해충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원인이 되는 자연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다. 그것이 '자연적 방제'이고, 실제로 여러 사례를 통해 이러한 방식이 장기적인 관점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효용성과 지속가능성이 있는 확실한 해결책임을 보였다. 눈에 보이는 것만 바로잡으려는 성급한 해결책보다는 인과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해결책이 점차 선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봐야 할 점이 무엇인가?


이렇게 길게 설명한 이유는 여기에서도 인생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우리는 살면서 보이는 것만 챙기기에 급급하다. 회사나 단체에서는 문제를 직면했을 때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근본적인 시스템보다는 결과로 드러나는, 즉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신경 쓴다. 우리들 또한 자신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내면을 꾸미기보다 지금 당장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외면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에 집중한다.


특히나 빠르게 움직이는 현대 사회와 결과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한국 사회의 당상을 결합하여 바라보면 이러한 모습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주변을 살펴봐도 바로 알 수 있다. 뉴스에서 나오는 여러 정책 이야기가 아니어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행정적인 문제와 SNS에서 보이는 주변 사람들에서도 이런 면모를 적잖게 목격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결과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크고 작은 불만들과 서점이나 인터넷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심리불안 관련 서적이나 글귀가 대변해준다.


느리지만 찬찬하게 살피는 '자연적 방제'가 빠르지만 겉만 훑는 '화학적 방제'보다 궁극적으로 우수하듯이, 아래 혹은 안에서부터 다듬어나가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다. 물론 이것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수반하고 그 과정에서는 인내심과 목표의식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결과의 탄탄함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지불할만한 비용이다. 더군다나 '화학적 방제'와 같은 방법이 야기할 수 있는 피해가 막대할뿐더러 어떤 시간과 노력을 들임에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지타산의 관점에서도 절대 손해가 아니다.


이런 자연의 지혜에 대해 생각해보며, 인생의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일깨울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위 문단에서 말한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실천함에 있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대다수라고 생각한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각자의 방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직접 그 상황이 되지 않고서는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에서 보여준, 이 책을 통해 서술된 일련의 사건들은 그러한 결과를 보여준다. 각 방식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를 생각하며 인생에 도입해보면 쉽게 그 답을 유추해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가슴 깊이 새길 필요까지는 없이 확실하게 알고만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을 마치기 전에,

자연에도 수많은 지혜가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자연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수도 없이 겪으며 영겁의 시간을 거쳐왔다. 자연에 숨겨져 있는 원리들이 나름대로의 이유와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래서 자연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만 심취해있지 않고, 너머에 있을 수많은 이야기들을 음미해보고 그 이면에 있는 생각까지 깊게 고민해 볼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 그 대상이 설령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잡초일지라도.


항상 지혜로움을 품고 계시는 어머니,
'자연'이라는 어머니에게도 우리가 몰라본 지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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