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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 Jan 14. 2024

자전거와 하루를 시작하며...



나는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한다. 특별한 준비 없이도 일탈을 하는 발이 되어주는 자전거가 좋다. 하지만 하루하루 할 일들에 치이고, 피로가 쌓여가면서 창고에 묵혀두기 시작했다. 홀로 창고의 숨막히는 먼지를 견디고 있던 자전거를 다시 꺼냈다. 






☘️ 행복찾기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운전 면허증을 땄다. 하지만 10년 동안 신분증으로 썼다. 원래의 신분증보다 조금 더 멋진 신분증....... 걷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크게 하지 않고 살았다. 하지만, 최근에 차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자라났다. 



나는 산타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어느정도 높이가 있는 산들은 대부분 외진 곳에 자리해 있어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산을 갈때면 지인들과 함께 가거나, 지역 운동 모임 사람들과 함께 가곤 했다.  혼자서 원하는 시간에 산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차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아기자기한 캠핑도구들을 챙겨서 훌쩍 떠나, 캠핑장에서 텐트치고 홀로 불멍하는 낭만도 꿈꾼다. 하지만 차없는 나에게는 그저 꿈일 뿐이다. 



돈도 시간도 없는 대학원생인 나에게 자동차는 감당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그럼에도 다른 대학원생 친구들, 그리고 후배들은 한두명씩 자신의 차를 갖기 시작했다. 어느덧 둘러보니 나만 차가 없다. 괜스레 차가 없는 내 자신이 아직 아이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들어, 경제적으로 어엿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하게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일까. 차가 없다는 아무것도 아닌 사실조차도 내게는 크게 다가왔다. 주변과 나를 비교하며 자연스레 스스로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내 자존감을 지켜야 했다. 앞으로도 나의 상황 속에서 나를 잃지 않으려면,  적어도 스스로 자존감을 갉아 먹어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내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지금의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차가 없는 지금 이 상황을 즐겨보기로 했다. 차가 있다면 감히 하지 않았을 게 뭘까? 자전거 타기. 그래, 나는 차가 없는 이 시간들을 통해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는 즐거움을 만끽해보려 한다. 자전거 타는 것을 원래 좋아해서, 차가 있어도 자전거를 종종 타고 다닐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미래의 나를 누가 알겠는가! 차가 생기면 자전거를 찾는 빈도도 줄어들 거 같다. 



내가 제일 믿는 건 지금의 나다. 지금의 나는 자전거를 타면서 주변을 감상하고, 내 자존감을 지키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려 한다. 그렇게 나는 자전거를 탄 하루들을 이 공간에 기록하기로 했다. 



산을 움직이려는 자는 작은 돌을 들어내는 일로 시작한다.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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