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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세상은 어떤 색이니?

영화 <4월은 너의 거짓말>

by 행복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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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월은 너의 거짓말>(四月は君の嘘, 2022 개봉)은 열일곱 풋풋한 십 대들의 이야기로, 신동이자 천재 피아니스트인 아리마 코세이(야마자키 켄토 분)와 바이올리니스트인 카오리(히로세 스즈 분)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피아니스트인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코세이는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다. 코세이의 엄마는 자신이 죽고 없더라도 코세이가 피아니스트로 살아가길 바라기 때문에 누구보다 엄격하게 피아노를 지도한다. 어린 코세이는 아픈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콩쿠르에서 우승하지만 엄마는 코세이의 실수를 지적하며 뺨을 때린다. 코세이는 속이 상해 피아노를 그만두고 싶다며 엄마가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해버린다. 병원으로 돌아온 엄마는 거짓말처럼 그날 밤 돌아가셨고 그 충격으로 코세이는 자신이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다. 연주가 하도 정교해 인간 메트로놈으로 불린 천재 피아니스트 코세이는 더 이상 피아노를 연주할 수 없게 되면서 그의 세상도 피아노 건반과 같은 모노톤으로 바뀌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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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부터 단짝 친구인 츠바키(이시이 안나 분)와 와타리(나카가와 타이시 분)와 늘 함께 몰려다니던 코세이에게 어느 날 카오리라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나타난다. 카오리는 친구인 와타리를 좋아한다며 접근하지만 와타리와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우연을 가장해 늘 코세이 앞에 불쑥불쑥 나타나고 대부분의 시간을 코세이와 함께 보낸다. 토와 음악 콩쿠르 2차 예선에 올라가게 된 카오리는 코세이에게 반주를 부탁한다. 소리가 안 들리는 것도 지금까지 피아노를 안 친 것도 다 알지만 반주를 해주면 좋겠다고 간곡히 요청한다. 코세이는 이미 1차 예선에서 카오리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어떻게 그토록 즐겁고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지 놀라면서 그녀의 연주에 빨려 들어갔다. 자신은 오선지 악보에 갇혀 엄격하고 정확한 연주만을 해왔는데 카오리의 자유롭고 열정적인 연주와 만나면서 코세이도 끝까지 피아노 반주를 마치게 된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코세이는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진 않는다. 카오리가 비록 콩쿠르에선 떨어졌지만 갈라 콘서트에 초대받았다면서 반주자가 되어 달라고 부탁하지만 코세이는 거절한다. 여러 번의 설득 끝에 간신히 코세이의 허락을 얻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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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고 서로 가까워진다. 갈라 콘서트 당일 주인공인 카오리는 무슨 일인지 끝내 참석하지 않고 코세이가 혼자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된다. 코세이가 연주하게 된 곡은 사랑의 슬픔으로 엄마가 가장 아끼던 곡이었고 코세이가 태어난 후에는 자장가가 된 곡이기도 하다. 코세이는 최선을 다한 연주가 엄마에게 닿기를 희망하며 엄마와 연결된 자신을 느낀다. 카오리 덕분으로 엄마와 얽힌 심리적 문제를 극복한 코세이는 동일본 피아노 콩쿠르에 도전하게 된다. 한편 갈라 콘서트에 불참한 카오리는 대학병원에 입원 중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팠지만 잘 버텨왔는데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카오리는 용기를 내어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던 일에 도전한다. 평소 동경의 대상이었던 코세이와 함께 연주하고 싶던 꿈을 이루고 코세이와 추억도 쌓는다. 카오리는 다리에서 코세이와 함께 뛰어내렸던 일, 모래사장을 함께 걷던 일, 심야의 학교에 단 둘이 갔던 일이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며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자신이 했던 거짓말에 대해서도 고백한다. 자신이 와타리를 좋아한다고 한 건 거짓말이었음을 실토한다. 츠바키가 코세이를 좋아해서 할 수 없이 와타리를 좋아한다고 거짓말할 수밖에 없었고 그 거짓말이 코세이와 만날 수 있게 해 주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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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세이가 동일본 피아노 콩쿠르 본선에 출전한 그 시간 카오리는 수술을 받게 되고 결국 카오리는 사망하게 된다. 카오리 덕분에 코세이의 모노톤, 무채색 세상은 컬러풀 해졌고 카오리 역시 다양한 컬러풀한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마르틴 부버(Martin Buber)는 삶에서 가장 참된 것은 만남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와 나는 오직 온 존재를 기울여서만 만날 수 있다. 온 존재에로 모아지고 녹아지는 것은 결코 나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나'는 '너'로 인해 '나'가 된다. '나'가 되면서 나는 '너'라고 말한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코세이는 카오리와 진정한 만남을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되었다. 카오리도 어릴 적 우상이었던 코세이와 함께 연주하고 싶어 바이올린을 시작했던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와타리를 좋아한다'는 카오리의 거짓말 덕분에 코세이와 카오리는 만날 수 있었고 참된 만남을 통해 두 사람의 세상은 좀 더 다채롭고 컬러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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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가장 참된 것은 만남이고 만남은 삶을 변화시킨다. 코세이와의 만남을 통해 카오리는 자신이 해보고 싶던 것을 함께 하며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충실하게 보낸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그 순간 떠오른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 바로 코세이와 함께 보낸 소소한 시간들이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온 존재를 기울여 참된 만남을 가졌기 때문에 서로를 변화시키고 성장할 수 있었다. 서로를 만난 그들의 세상은 어떤 색으로 변했을까? 지금, 너의 세상은 어떤 색이니? 누군가를 만난 후 너의 세상은 어떤 색이 되었니? 영화는 이렇게 묻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와 만난다는 것, 모든 참된 만남은 곧 나의 삶이며 나의 세상이 된다. 영화 속 코세이와 카오리처럼 서로의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참된 만남과 좋은 인연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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