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2
사리아의 아침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까미노의 부지런한 발소리로 시작한다.
길을 걷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같은 길을 걷기에 동질감을 느낀다. 그 때문에 조금 게으름을 피우려 해도 신발과 돌바닥의 마찰 소리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늘 시작하는 입장이지만 이것도 순례의 매력 중 하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순례길 풍경은 대부분 광활한 평야와 숲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태양의 위치마다 빈티지, 멜로, 판타지, 애니메이션 아주 가끔은 공포영화가 연출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아름다운 길을 발꿈치 뒤로 보내기란 어려웠다. 언덕과 나무마다 이름이라도 붙여야 선명하게 기억할 것 같았다.
과거 어머니가 즐겨보셨던 '들장미 소녀 캔디'의 캔디처럼 말이다. 만약 캔디가 순례길을 걸었다면 분명 시적인 이름이 지도를 가득 채웠을 것이다.
그래서 나 또한 순수하고 낙관적인 시각을 되찾고자 언덕, 카페, 골목마다 이름을 붙이려 했지만 이내 오글거림을 참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아무래도 과거에 놓고 온 순수함은 연체기간을 넘겨 폐기처리가 되었다보다.
그럼에도 순례길은 평소라면 시도조차 하지 못할 생각과 일을 만들기에 최적의 장소다.
시작부터 혼돈과 사투를 벌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길이 특별한 것일까? 무려 33km를 걸어야 하지만 길 위에 평안함을 새겨본다.
쉼에도 대가가 있다면, 그건 슬플 것 같다.
Q : 위대한 여정을 떠나기 전 당신은 충분한 쉼을 얻었나요?
다툼은 끝없는 미궁 속에 들어가기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도 한다.
Q :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나요?
고개를 들고 걸으면, 조금은 더 빨리 희망을 볼 수 있을까?
Q : 당신의 희망은 몇 미터 앞에 있나요?
나보다 앞서간 이들을 경쟁자로 보지 않는다면, 안정을 주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뿐이다.
Q : 당신의 선생은 누구인가요?
누워있는 소를 보니 덩달아 나도 풀밭에 눕고 싶어졌다.
Q : 당신만의 휴식 노하우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