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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언 Nov 29. 2022

톰 소여의 모험

Day4

매튜는 프랑스에서 온 소년이다.


우리는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는데, 지난 피로가 원인인 탓일까 온몸이 축 처지고 있음을 느꼈다. 가뿐했던 배낭은 십자가로 변모했고 순례길에 내려놓아야 할 마음의 짐을 실감 나게 했다.


그래서 뜀걸음을 하면 나아질까 싶어 대략 15초간 언덕길을 뛰어올라갔는데, 숨이 차올라 발걸음을 멈추었다. 바로 그때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인물이 매튜다.


그는 우리에게 "순례길에서 왜 뛰어?"라고 물었고 우리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매튜는 프랑스 생장에서 출발했다. 성인이 되기 전 정신 단련을 하고자 순례길을 걸었다고 하는데, 겉보기에는 18살 철부지 소년이지만 온몸의 상처는 그가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심지어 우리와 만나기 직전에도 넘어져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영광의 상처'라며 우리와 동일한 속도로 걸었다.


그와 함께 걷는 40분 동안 꽤 많은 대화를 했고 특히 "배우고 싶은 게 없는데, 대학을 왜가?"라는 그의 질문에 '그러게... 나는 대학에 왜 갔지?'라는 생각이 상기되었다. 생각해보면, 나의 10대에 가장 많이 했던 행동은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었다.


"20대에 웃기 위해 10대를 희생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이 떠오르며, 새삼 대학교의 가치가 중, 고등학교의 6년을 땔감으로 태울만큼 값어치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물론 이러한 질문은 예전부터 계속해왔지만, 매튜의 자유로운 모습을 보며 '적어도 행복이란 나보다 이 친구와 더 잘 어울리지 않나?' 생각했다.


그렇게 대화를 하던 중 그가 찾는 휴식 포인트가 나왔다.


그때였다. 그는 자신의 무거운 짐을 던지다시피 내려놓았다. 가방 안의 짐이 상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나와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간 문제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여러 가지 목적이 있지만, 나는 이번 여행에서 온전한 쉼을 구하고 싶었다. 비행기에 탈 때만 해도 순례길을 걸으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상상을 했었는데, 내려놓기는 커녕 개강, 토익, 대학원, 직장 등등 걱정이 생성되고 있었다.


그런데 매튜의 모습을 보고 나니 온전한 쉼이란 완전한 내려놓음이 수반되어야 함을 느꼈다.


이렇듯 매튜와 함께 걸으면서도 다양한 질문을 얻었는데, 수많은 국적과 문화권의 사람이 즐비한 순례길 위에서 나는 인터뷰이가 되고 있었다.




제목 : 톰 소여의 모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뜻밖의 일이 된다.


Q : 당신의 삶에는 뜻대로 되는 일이 많이 있나요?




제목 : 굳은살


'없어 보인다.' 라니요. 

진짜 없으면 보이지도 않는걸요?


Q : 당신의 상처는 굳은살이 되었나요?




제목 : 시선


큰 그림을 보기 위해 뒷걸음치지 않기를...


Q : 당신의 시선은 어디에 향해있나요?




제목 : 성취


아침에 일어나 이불 정리를 했다.

오늘도 한 가지 성취를 이루었다.


Q : 당신은 성취감을 느끼고 있나요?




제목 : 충전


얕은 생각 길게 한다고 해서 깊은 생각이 되지는 않는다.


Q : 당신의 충전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오늘도 당신의 작은 창문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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