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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언 Dec 27. 2022

죽음

Day7

나는 왜 이 길을 걸었는가?


처음에는 여유와 휴식을 얻기 위함이었는데, 막상 산티아고에 도착하니 더 근본적인 의미를 생각했다. 역사의 수많은 까미노가 걸었던 이 길을 여유와 휴식으로 단순화하는 실례를 범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순례길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산티아고에 도착한 이들의 모습은 그리 축제 분위기가 아니었다. 물론 환희에 가득 찬 사람도 있었지만, 학교 졸업식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진지함이 묻어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달콤 쌉싸름 혹은 시원섭섭한 느낌일까?


나 또한 그러했는데, 거대한 대성당의 위용에 사로잡혀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기대했던 순례길 인증서를 발급받고 길에서 만난 까미노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는데, '그곳에 길이 있어서 걸었고 걷다 보니 도착이었다.'와 '걸어온 모든 순간이 의미 있었고 돌이켜보니 후회도 있었다.'였는데, 쉽게 말해 '순례길은 그저 여행의 일부'와 '순례길의 모든 것에 의미 부여하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게 중에는 신앙에서 해답을 찾은 사람도 었었고 나처럼 휴식과 여유를 얻고자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순례길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큰 틀에서 다시 생각해 보았는데, 이후로 이어지는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니 읽어보고 각자 판단하길 바란다.


나는 아직 죽음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여러 사람의 죽음을 지켜본 바로는 "나 드디어 죽었다!"라며 환희에 가득 찬 사람은 없었다. 죽음이라는 거대한 외로움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인생의 대단락을 마무리하며 새로운 장을 열고자 하는 사람만 남아있었다.


그나마 베토벤은 죽음 직전에 주먹을 불끈 쥐고 숨을 거두었다고 하는데, 이는 내가 알고 있는 죽음 중 가장 역동적인 죽음이다. 즉, 내가 산티아고에 다다랐을 때 무덤덤했던 이유는 길의 목적지인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저 걸었고 누군가는 의미 부여하고 후회를 하는 것도 결국 인생을 사는 우리가 겪게 될 일이다. 단지 순례길이라는 인생의 축소판에서 미리 보기로 경험했을 뿐이다. 이 맥락에서 나는 한번 더 생각했다. 어쩌면 순례길의 진정한 결론은 '죽음'이 아닌 '생명'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서 생명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죽음 이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순례길은 끝났으나 나의 여행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페인 일정 이후 일상의 여행도 남아있기에 이곳에서 안주하는 것이 아닌 다시 걸어갈 길이 있다.


순례길의 진정한 의미는 죽음을 기억함에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산티아고는 까미노가 쉬어갈 수 있는 알베르게 같다. 덕분에 다시 걸어갈 힘을 얻었으니 말이다.


이제 나에게는 새로운 여행이 다가오고 있다.




제목 : 여행


여행을 떠난다.


길을 찾으러 떠나는 게 아니라

잘못 가고 있는 나를 잠시 붙잡아두려고.


Q : 당신은 여행을 좋아하나요?

 



제목 : 내려놓음


우리는 마지막을 마주할때 '끝냄'과 동시에 '성장'하고 '원동력'을 얻게 된다.


Q : 당신은 무거운 짐이 있나요?




제목 : 청춘


우리는 고통을 댓가로 청춘을 산다.


Q : 당신은 아직 청춘인가요?




제목 : 울타리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기 위한 터전이 된다.


Q : 당신에게 가족이란?




제목 : 오르막길


언덕만 보지말고 주위를 둘러보며,

꽤나 아름다운 인생이라 말할 수 있기를...


Q :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목 : 쉼


여행의 끝에서 한숨 돌리면,

힘들었던 과거도 한줄기 추억으로 자리한다.


Q : 당신은 어떤 여행을 하고 있나요?



오늘도 당신의 작은 창문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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