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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심리스 Jan 14. 2024

3. 서글픈 짐싸기

난아직주인공이고싶어 잉잉

자 이제 파워 p 엄마가 되기로 단단히 다짐을 하고 짐을 싸본다.

짐을 싸는데 웬걸. 여행 난이도가 급상승했다.


내 짐 / 아가 짐 / 남편 짐  / 먹을 것 등을 두 캐리어에 때려넣어야 하고

나는 옷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는 맥시멀 리스트이다….

내 캐리어에 내 옷도 부족한데 이를 나누어 아이옷까지 담아야하고

나는 아이옷도 맥시멀리스트로 다 가져가는 타입 !


겨울 여행이라 옷도 두껍고 무겨우며 입고 싶고, 입히고 싶은 옷이 한가득이다…

옷과 함께 한식파 우리 딸과 살아남을 일용할 양식도 캐리어에 실어야한다!!!


짐이 터지려 한다.

“이 옷 입고 싶어”

“어 ? 저 옷도 입고 싶어!”

“그래? 그럼 그냥 다 가져가” 였던  홑몸의 지난 날…

프로봇짐러였던 나는 힘듦과 서글픔에 잠시 주저앉았다.


육아는 점차 인생의 중심이 나에서 아기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많이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개뿔 ! 난 짐 하나 쌀 때도 아직 내 중심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거다


처음 아이가 태어나고 애매한 작은 소외를 경험했었다. 항상 내 삶의 주인공이었던 내가!  사진도 나를 찍어줘 브이! 했었는데..이젠 아이가 주인공이 된다.


아이가 있는데 내가 굳건히 주인공의 자리에 우뚝 서있기가 왠지 미안 뻘쭘스러운 것이다.

슬금슬금 물러나 주인공 자리에 우리 딸랑구를 세워주고, 조금 아쉬우니 그 곁에 슬그-머니 내 얼굴을 디미는 느낌.


많이 적응한 줄 알았으나 이렇게 중대한 ! 오랜만의 중요한 여행에서 나는 아직 내 자리를 내주기가 그렇게 힘이 들었나보다.


내 옷과 아이 옷과 먹을 것들과 … 세면도구와 여러가지 잡동사니로 짐을 싸는 거실이 난장판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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