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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당 Jul 25. 2022

꽃 나들이

6월 말 장마에 셋이서 가는 당일치기 여행이다. 목적지는 고성 그레이스 정원이다.

아들과 함께 집에서 얼굴을 대하지만 대화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다.


함께 차를 타고 새로운 곳을 구경하며 외식도 하면 의례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여행이 좋다. 잠시 일상을 뒤로 미루고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의 여유를 공감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리라!


아침 출발부터 비가 간간이 내린다. 장마철이니 빗속의 소풍을 예상하고 가는 것이다.


잠시 햇살이 반짝했으나 마창대교를 지나서부터 폭우가 엄청 쏟아진다.

너들 거리는 유리창의 낡은 wiper 고무가 떨어져 버릴까 두렵다.


고성의 오늘 일기예보가 구글에서는 종일 비가 내리며, 네이버는 오후부터 개인 다고 했다.


우리는 폭우도 피할 겸 이른 점심을 먹은 후에 그레이스 정원을 둘러보기로 정했다.


고성읍내에서 아들이 검색한 배말칼국수집에서 톳김밥과 칼국수, 비빔국수를 시켰다.

우리는 가능한 천천히 식사를 하였다.

빗소리의 리듬과 바다 향기의 따뜻한 육수 맛에 입안이 깔끔해진다.


식사를 하고 나니 어느새 비가 그쳤다.


차를 몰고 하이면 그레이스 정원을 향하는 도중에, 눈앞에 '연꽃공원' 팻말이 보인다.


"아~ 여기도 멋지네! 구경하고 갑시다!"


급히 차를 세우고 수련이 활짝 핀 연못을 한 바퀴 걸었다. 온통 푸르다. 연못 가득한 연잎과 산과 들판의 나무들이 싱그럽다.


비 온 후 맑은 공기에, 아내와 아들과 나의 목소리도 점차 밝고 카랑해져 간다.


연꽃공원의 한가운데 '지락정' 이 있다. '가인'(아름다운 사람)이란 분이 정각을 해놓은 많은 시구와 글귀도 좋았다.


[계향 충만] 이란 글도 마음에 들어온다.

'한 자락 촛불이 방의 어둠을 가시게 하듯이 한송이 연꽃이 진흙탕의 연못을 향기로 채운다.'

고결한 인품(관용과 인자함)의 향으로 사회를 정화시키는 [연꽃 같은 사람]으로 되어 보자는 해설이다.


다시 차로 산길을 오르는데 '그레이스 정원'이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매표소 직원은 수국이 큰 길가 보다 소로 쪽에 많이 피었다며 안내를 한다.


파란색과 흰 수국이 여러 송이 피었지만, 아직 절정이 아니다. 정원 안에 연못과 폭포, 메타스퀘어 길, 종려나무 길 등으로  잘 꾸며져 있다.


아내는 작년 담양 여행 이후부터 메타스퀘어 길을 좋아했기에, 우리는 이 길을 흔쾌히 찾았다. 천천히 걸으면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웃고 또 웃었다.


유쾌했던 옛 추억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친근감과 화합을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옛 기억을 일깨워서 함께 웃음과 감동의 잔물결이 마음속에서 일렁인다면 최고의 정서적 만족이 아니겠는가!


아내는 지난봄에 보았던, 돌로 지어진 청학동의 삼성궁보다 나무와 꽃이 있는 이곳이 훨씬 좋다고 한다.

(입장료는 비슷하나, '돌보다 꽃'이란다.)


우리는 맑고 촉촉한 숲 속을 오랫동안 거닐면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는 그쳤고 우리는 옆 삼천포로 향했다.


아이들과 어릴 때 갔었고, 지난해 아내와 산행 후 갔던 추억의 상족암이 가까웠으나 가지 못했다.

(상족암 해변에서 물놀이하던 어릴 때 아이들 모습이 떠오르지만, 아들은 기억이 없단다. 세월의 강이 꽤 흘렀었나 보다.)


우리는 삼천포항의 노산공원을 산책하고 남해 바다를 본 후 사천 IC로 빠져나와서 진영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여기서 아들은 늘 '돈코츠라멘'이다.)


빗 속의 평온한 여행이었다.

서로 할 말은 많았어도 배려하는 마음의 자세로 고요하고 따뜻한 여행이었다.


아직 만개하지 않은 수국이었지만  

한 번의 꽃 축제 나들이를 완수하였다.


여행은 이렇게 마음의 안식을 추구하는 것임을 차츰 느끼게 된다.

(좋아하는 이와 함께 갈수록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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