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P 정재호 파트너 인터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를 만들어가는 파트너들을 시리즈로 만나봅니다. 각기 개성 강한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하나만 보고 다양한 팀을 발굴하고, 투자하고, 육성하는 일을 하고 있는 파트너들. 다섯 번째 주인공은 정재호 파트너입니다.
사람은 태어나고, 먹고, 자고, 배우고, 죽습니다. 이런 인간의 라이프사이클에 가치를 더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는, 어떻게 보면 고집스러운 투자철학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본인이 시니어에 가까워져서 시니어 스타트업에 더 투자하고 싶다는, 이토록 인간적인 정재호 파트너와 대화를 나누고는, 부모님께 괜히 전화 한 통 하고 싶어 졌더랬죠.
interviewer. 신소민
현재 에듀테크 기업에서 CFO를 하고 있어요. 그 전에는 임팩트 투자를 3년가량 했었습니다. 엔젤투자 포함해서, 지금까지 투자한 포트폴리오 숫자를 합하면 20개 정도 되겠네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스타트업 연구원(KUBS Startup Station) 특임교수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젊은 학생 위주의 팀들을 만나고, 코칭하고, 세상으로 내보내는 역할들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하는 일을 하기 이전에, sk텔레콤에서 사업개발을 담당했었습니다. 이때 아주 작은 단계에서 서비스 기획부터 M&A 업무까지, 다양한 범위의 경험을 했는데, 나오기 전 마지막 4년 정도 경험했던 분야가 디지털 헬스케어였어요. 또, 그 이후에도 스타트업 씬에 크고 작게 투자로 관계를 맺다 보니, 관심을 자극하는 문제가 좁혀졌는데, 그게 '교육혁신', 그리고 '헬스케어'였죠. 결국은 근본적인 사회문제이면서,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들인 셈이죠. 그렇게 교육혁신 분야에서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주식회사 산타 CFO로 합류했고, 디지털 헬스케어는 투자자로서, DHP 파트너로 합류하게 된 거죠. 두 가지 영역에서 하는 일은 다르지만, 인간 라이프사이클과 관련된 영역이라는 점에서는 상당히 연관성이 있습니다.
나도 곧 시니어니까, 시니어 헬스케어
시니어 헬스케어요. 소위 말하는 임팩트 투자의 관점에서, '당사자성'이 하나의 요소가 되곤 하는데요. 저는 이미 시니어 레벨에 들어가고 있고, 저희 부모님은 이미 시니어계층을 지났죠. 더 이상 고령화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거예요. 정성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인구 통계 변화의 측면에서도 고령화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산업영역은 기회의 땅이기도 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시니어 헬스케어는 관리 혹은 예방 차원에서 자본 투입을 늘릴 수밖에 없는 영역이에요. 병원에 가야 하면 그때는 이미 늦은 거니까요.
한 편, 시니어 헬스케어는 검증기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립니다. 따라서 문제 인식이 명확하고, 이런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진정성 있게 이 문제를 대하는 팀이 많이 나오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문제의식이 명확한 팀인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봅니다. DHP는 초기 투자를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평균적으로는 50억 원 안팎인데요. 이런 초기 단계의 팀들에게는 특히 문제 인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팀을 봅니다. 문제 인식이 명확하면,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이 나오는데요.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뚝심 있게 버텨낼 수 있는 팀이 있느냐가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뚝심은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에나 나오는 것 같아요. 이런 요소들이 갖춰진 팀이라면 투자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비교적 최근에 투자한 킬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킬로는 제가 고려대학교 특임 교수직을 하면서 만난 팀인데요. 고려대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같이 코칭하며 준비해서, 애정이 남는 팀입니다. 물론, 애정 때문에 기억이 남는 건 아니고요(웃음). 코칭을 하다 보니, 팀을 장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킬로 오형준 대표님은 '식단관리'라는 문제 인식이 명확하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떻게든 끝까지 해보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전문성을 바탕으로 진정 있는 공감, 또 공감
개인 파트너 관점에서는 스타트업 운영, 투자, 육성 전반에 도움을 주고 있어요. 아무래도 DHP 파트너들은 의료 전문가들이 많은데요. 저희 파트너들끼리는 우스갯소리로, 'DHP 파트너 다 모으면 종합병원 하나 세울 수 있다'라고 할 정도로 의료 분야에서는 전문성이 절대적이라고 자부해요. 거기에 저같이 사업적인 측면을 봐줄 수 있는 눈이 있으니 시너지도 있고요. 특히, 스타트업에서 CFO 역할을 하고 있기에 대표님들이나 C레벨의 고민을 같은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함께 고민해 나가고 있습니다.
생태계 관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저변 확대 가능성이 높은 시장입니다. 동시에, 여전히 난이도가 높은 영역이고요. 일단, 수익모델을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의료와 직접 연관된 비즈니스의 경우 수가의 문제와 연결이 돼있기 때문에 더더욱 돈 벌기가 쉽지 않죠. 그러다 보니, 디지털 헬스케어를 정조준하는 팀을 만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투자사
그래서, DHP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디지털 헬스케어는 정말 어려운 산업분야입니다. 저도 이전 직장에서 대기업도 겪어봤지만, 대기업 차원에서조차 임상 현장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수익구조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멘땅에 헤딩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DHP는 스타트업이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게, 병원 네트워크나 임상 현장의 POC 등 채널을 제공해 주는 것. 즉,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생태계 관점에서는, DHP 자체의 경쟁사도 많이 나와야 건강한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봐요. 저희 파트너들도 이런 미션에 충분히 공감할 정도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진정성 있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키워드를 차치하고라도, 사람의 라이프사이클에서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명확하게 정의하고, 잘 해결할 수 있는 뚝심 있는 팀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디지털 헬스케어, for what?
디지털 헬스케어가 한창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디지털 헬스케어는 그 자체로 목적에 가까웠습니다. 실상은 그 반대가 되어야 해요. 인간의 라이프사이클에 관련된 문제를 풀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 중 하나가 디지털 헬스케어가 되어야 한다고 보는 편이고, 이런 접근을 하는 팀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현 주식회사 산타 CFO
현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파트너
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스타트업연구원 특임교수
전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투자총괄
전 SK텔레콤 신사업개발 매니저
전 나노엔텍 경영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