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뉴스 수능 특집 인터뷰
지난주 2025.11.16. MBC 뉴스 수능 특집 인터뷰에 출연했다.
스튜디오 조명이 따뜻하게 비치는 순간, 오래 전의 내가 떠올랐다.
수능날 시험지를 앞에 두고 떨리던 손, 기대와 두려움이 뒤섞인 열아홉 살의 표정.
26년 전 나는, 생각지도 못한 점수를 받았다.
공부를 늘 잘해왔기에 더 슬펐고, 더 아쉬웠다.
인서울 대학이었고, 남들이 보면 ‘괜찮은 결과’였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더 큰 꿈을 꾸었다 모의고사 점수로는 스카이를 갈 수 있는 성적이 나왔기에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입학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나는 자퇴했다. 재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두 번째 수능도 나를 원하는 길로 데려다주지 않았다.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유아교육과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것마저 맞지 않았다.
2년을 버티고, 결국 또 한 번 자퇴.
스무 살 초반의 나는 “내가 실패한 사람인가?”라는 문장을 마음 한가운데 새기며 살았다.
수능이라는 한 사건이, 내 인생 전체를 실패로 규정하는 것 같았고 삶이 나를 억까하는 거 같아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다.
그러다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공무원 준비를 시작했고, 운 좋게 합격했다.
“우와 이젠 평생직장이다?” 아니었다 어머니 병간호로 인해 나는 나를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나는 이 일을 10년 20년 할 수 있을까의 물음표가 생겼고
나의 ‘별난 성격’도 한 몫해 나는 공무원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서른 즈음, 나는 다시 물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뭘까?”
그 질문 끝에서 심리상담이라는 길을 발견했고,
무모하게도 30대 무경력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 나는 성인 진로전문가라는 이름으로
MBC 뉴스 스튜디오에 앉아 있었다.
카메라가 켜지는 순간 문득, 스티브 잡스의 말을 떠올렸다.
“점들은 나중에 연결된다. 우리는 지금의 점만 볼 수 있지만, 결국 그 점들이 인생을 만든다.”
— Connecting the dots
정말 그 말이 맞다.
스무 살엔 몰랐다.
서른에도 잘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인생은 예측하는 게 아니라, 살아내면서 연결되는 것이라는 걸.
혹시 이 글을 읽는 수험생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점수는 점수일 뿐이다.
수능은 인생 전체가 아니라, 인생의 한 단면일 뿐이다.
시험 결과가 어떻든,
그 점 하나 때문에 당신의 인생이 규정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믿고 세상을 향해 도전하는 마음이다.
나는 그 마음 하나로, 아주 긴 밤을 통과했다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다
누군가 예전에 이런 말을 내게 해줬다면,
나는 조금 더 빨리 암흑에서 걸어 나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누군가의 스무 살을 위로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여러분의 점들은 반드시 연결된다.
당신이 믿는 한, 인생은 언제든 새로운 방향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