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잠손 Mar 26. 2023

우리 팀이 초기 투자받다가 망한 이야기

천문학 전공자의 별 볼일 있는 창업 에세이 #2


새로운 기회는 기계과 친한 선배의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게 나의 첫 스타트업 여정이 시작되었다.


우리 팀은 당시 가장 큰 이슈였던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스로틀바디’와 대학생이 원룸 자취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소형화된 ‘의류 건조기’(스타일러)였다.

*스로틀바디 : 자동차 엔진으로 유입되는 공기량을 조절해 주는 장치

우리 팀은 이 아이템으로 전국의 창업과 관련된

경진대회 상금만 2,000만 원이 넘을 정도로 상을 휩쓸었다.


많은 창업경진대회에서의 수상 덕분에 시장성에 대한 검증, 제품의 기술력 등은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표인 형에게 말했다.

"형, 이제 경진대회 말고 진짜 창업할 때 되지 않았어요?"

"그래도 사업자를 내는 거는 좀 더 생각해 보고,

이제 정부지원사업이나 투자를 받을 기회를 얻어보자!”

형님이자 대표님은 매우 신중했다.


그래서 우리가 시작한 것이 정부지원사업 혹은 *액셀러레이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액셀러레이터 :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 혹은 육성하는 사람 또는 기업


그리고, 우리 팀이 개발하는 아이템 중 '스로틀바디'는 시제품을 만들었으나 실제 자동차에 들어가는 많은 허들 때문에 실제 적용에 어려움이 많아 ‘의류 건조기’를 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의류건조기는 해외시장을 타겟 했기 때문에, 수출을 연계해 주는 사업을 찾았다.


그래서 찾은 것이 해외 대기업 A사에서 후원하고 국내 액셀러레이터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는 아직 사업자가 없는 예비창업자로서는 유일하게 프로그램에 최종 선정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액셀러레이터로부터 연락이 왔다

“저희가 투자하겠습니다.”


우리 팀의 대표님은 소리를 질렀다.

“얘들아! 우리 투자받는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투자조건]
- 10% 지분
- 1,000만 원
- 상환전환우선주 + 의결권


물론, 예비창업자의 신분에 투자를 받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만약 이 투자조건을 그대로 받는다면, 우리 회사의 기업가치는 1억이고, 받은 이후의 후속 투자뿐만 아니라 경영에도 매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Seed단계(대략 0~3년 차)의 스타트업에게 10% 지분에 1,000만 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현재 비상장기업 투자업계에서 상상도 못 할 스타트업에게 매우 나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려운 투자 용어가 많이 나오는 계약서를 들이밀며 은근히 빠른 서명을 요구하는 상황에 놓인 우리 대표님은 가족을 통한 엔젤투자가 있어서 더 나은 조건이 아니면 투자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로 거절에 대한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엔젤투자를 받았던 이력(통장 이체내역)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우리 팀은 팀원의 가족으로부터 잠시 돈을 빌려 약 2,000만 원이 찍힌 통장을 증빙해야 했다.


결국 다른 팀원의 가족에게 돈을 빌려 당시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그 이후 부모님의 압력과 질타에 시달린 그 팀원은 더 이상 함께 하기 어려워지고 퇴사하면서 우리 팀은 힘을 많이 잃었고 결국 대표님과 나도 여기까지 하기로 합의했다.


초기 스타트업이 팀이 와해되어 끝나버리는 일과 그 와해되는 과정에 엔젤투자자인 액셀러레이터가 연관된 아주 드문 케이스였다.


스타트업이 사업 초기에 어떤 AC(액셀러레이터)를 만나느냐도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큰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