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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 Jul 25. 2022

[D-40] 모의고사 일희일비할래요

#수험생활 21

매주말 펼쳐지는 학원의 아침 풍경. 사람들이 우르르 복도에 몰려있다. 복도 벽에는 지난주에  모의고사 성적과 등수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나도 학원에 도착하면 강의실 자리에 가방을 두고, 복도 벽에 붙어있는 등수부터 본다. 그리고 응시자 수와 점수 분포표를 보며 내 상대적 위치를 확인한다.




GS2기까지는 선생님들이 상위 몇%에 들어야 합격권인지 설명해주신다. 아직 시험까지는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는 점과 본인의 상대적 위치와 강약점을 파악하는 용도로만 활용하라는 말과 함께.

시험을 한두 달 앞둔 GS3기에는 수험생들의 멘털이 많이 흔들린다. 강의실을 둘러보면 자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이 적어졌다는 것이 느껴지고, 모의고사 응시자 수 역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들은 모의고사에 꾸준히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합격 확률이 높아진 것이라며, 모의고사 성적이나 등수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을 당부하신다.


나 역시 GS3기가 시작되면서 '실전 시험 전날에도 이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한다. 수식어구나 조사까지 그대로 외워뒀던 판례가 점점 희미해지고, 학설 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서 '~한다는 견해' 이런 식으로 풀어서 쓰게 된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빠져나가는 물보다 더 많은 물이 독 안에 채워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독이 다시 밑바닥을 드러내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괜찮다. 내 독만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 시험은 '상대평가'이다. 나는 이 사실을 매주 등수 표를 보며 확인한다.




2기까지 나의 모의고사 성적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혹은 특정 과목은 오히려 작년보다도 떨어졌다. 모의고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선생님과 전화상담을 할 때 내 등수에 대해서 고민을 토로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선생님, 저 작년보다 사안 포섭이 많이 나아진 것 같은데, 왜 등수가 자꾸 떨어질까요? 노무사 수험생들이 상향 평준화되어서 그런 걸까요? 아님 제가 모르는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햇님님, 본인이 생각하는 게 맞아요. 제가 보기에도 작년보다 사안의 포섭도, 논점의 정리도 훨씬 좋아졌어요. 이대로 하시면 되니까 등수에 신경 쓰지 마세요."


선생님의 조언은 효과적이었다. 지금까지의 공부방법이 잘못된 건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을 때 그 방법이 맞다고,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성적과 상관없이 하던 대로 쭈욱 밀고 나갈 수 있었다.

2 후반부부터 등수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3기에는 지난 수험생활 동안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1등도 무려 두 과목에서 두어 번 해봤다(자랑할 사람이 남편밖에 없어서 여기에 잠깐 자랑  하겠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기대할까 봐 자랑도 못하거든요.). 아주 답안을 잘 썼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정작 1등과는 거리가  등수를 받았었지만, 내용을 부실하게 쓰거나 세부 논점을 빼먹어서 아쉽다고 느꼈을 때에 1등을 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시험은 '상대평가'이니까. 내가 자신 있게 쓰면 남들도 자신 있게 쓰고, 내가 버벅거리며 간신히 답을 써 내려가면 남들도 진땀을 흘리며 답안지를 채운다.

모의고사를 보는 동안 혹사당한 새끼손가락, 그래도 마들렌은 못참지


여전히 한 번씩  등수는 곤두박질을 친다. 매번 모의고사를 안정적으로 잘 보면 정말 좋겠지만, 어떤 날은 논점 일탈을 하기도 하고 중요한 논점을 빠뜨리기도 한다. 실전에서도 그럴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든다. 이미 작년에 논점을 따로 찾을 필요 없는, 논점을 문제에서 제시해주는 단문형 문제에서 논점 일탈을 해봐서 더욱 무섭다.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또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주 등수를 보고 한껏 쭈그러들어서 답안지를 작성하면서 말미에 “이번 사례형 문제 너무 어렵네요.”라고 썼는데, 선생님이 내게 다가왔다.

논점  맞췄는데  어렵다고 썼어요?”

돌아오는 주말에 맞닥뜨리게 될 내 등수가 궁금하다.


나에게 모의고사 성적은 채찍이요, 당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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