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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자 Apr 27. 2023

황금마차

Out of blue

낡은 봉고차가 부둣가를 달렸다. 그것은 커다란 화물차들 사이에서 찌그러질 것 같았다. 화물차는 무법자처럼 신호도 차선도 무시하며 질주했다. 봉고차는 병아리처럼 경적을 울리며 피했다. 작은 마트료시카가 룸미러에 매달려서 대롱거렸다. 운전자는 룸미러를 힐끗 보고 가위손으로 차창을 열었다. 부둣가에는 냉동창고와 물류창고가 즐비했고 말라서 비틀어진 가로수가 듬성듬성 서있었다. 불쾌한 쇳가루와 페인트가루가 쳐들어왔고 구겨진 담배를 꺼내 물었다. 창문 밖으로 연기를 뿜으며 중얼거렸다.

'예슬리 예스찌 브 까르마네 빠츠카 시가렛, 즈나칫  브쇼 니 탁 쁠로허 나 시보드냐시니 젠.'

Sonny Sixteen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10990753/

뒷공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빼곡했다. 초소에 신분증을 제출하고 수리 중인 원양어선으로 다가갔다. 거인족 같은 선원들이 허리에 칼을 차고 하나둘씩 발판사다리를 내려왔다. 그들은 봉고차 트렁크로 모여들었다. 트렁크가 열렸고 늙은 송어가 운전석에서 내렸다.

"스꼴까 렛, 스꼴까 짐!"

"마마, 쉬또 우 바스 예스띠?"

"브쇼 쉬또 누지노, 보드카, 시가레따, 크로코딜..."

"하라쇼!"

선원들은 주머니에서 구깃구깃한 루블을 꺼내고 필요한 물건을 주머니에 넣었다. 거래가 끝난 봉고차는 신분증을 회수하러 초소로 향했다.

Roman Pohorecki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android-230554/

주머니에서 담뱃재를 털어내고 신분증을 주머니에 넣었다. 보조석에서 불길한 진동음이 울렸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 전부 미안해.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쉬또 스 따보이?

답장도 전화도 없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불체자라서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차갑게 식은 딸을 봉고차 뒷좌석에 눕혔다. 마트료시카 클럽에서 연기가 되었고 유골은 원양어선에 부탁해서 푸른 섬의 고향 바다에 뿌렸다. 남겨진 스마트폰에서 SNS을 타고 들어가 복수에 착수했다. 첫번째 타겟은 닭대가리 같은 남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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