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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자 Apr 10. 2023

마트료시카

Out of blue

마트료시카 클럽은 부산역 건너편 텍사스 스트리트의 막다른 구석에 있다. 밤마다 창백한 금발이 주황색 가로등 아래에서 검은머리와 흥정을 벌였다. 문지기는 검은머리를 똥파리처럼 경멸했다.

"쵸르트 빠베리."

클럽은 담배 연기가 자욱했고 비린내가 진동했다. 홀은 허름한 테이블과 의자가 듬성듬성 놓였다. 시끄럽게 떠들면서 먹고 마시는 러시아인들로 붐볐다. 들은 주먹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고 유리병을 바닥에 내던졌다. 싸움이 벌어지면 덩치들이 끌고 가서 문 밖으로 몰아냈고 피투성이들은 길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한밤의 광란 속에서 금발이 이끄는대로 검은머리는 홀을 가로질렀다. 약속한 것처럼 일제히 휘파람이 울렸다. 검은머리는 고개를 숙이고 걷다가 앨리베이터 앞에 섰다. 누군가 올라오는 앨리베이터에서 내렸고 그들은 윗층으로 갔다.

cottonbro studio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5137813/

앨리베이터에는 지하층 버튼이 없었다. 동그란 구멍에 열쇠를 넣고 돌리면 지하로 내려가는 B1, B2, B3, B4, B5 버튼들이 나왔다. 검은머리가 지하로 내려간 후에 살아서 지상으로 올라간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아까 그 검은머리는 운이 좋았다. 지하의 한 구석에서 희미한 신음이 들렸다. 얼굴에 검정색 봉지를 뒤집어쓴 나체가 온몸을 떨면서 서있었다. 손발은 모두 결박되어 꼼짝도 할수가 없었다. 그는 몸통이 분리된 닭대가리처럼 두리번거리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학생인데요.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신 것 같아요. 살려주세요."

호흡이 가쁜지 검정색 봉지가 쉼없이 파르르 떨었다.

Ksenia Chernaya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3980610/

방망이가 머리를 내리쳤다. 봉지는 조용히 피를 흘렸다. 봉지가 뜯겼고 눈알이 공포에 질려서 주위를 살폈다. 눈앞에는 카메라가 삼각대에 고정되어 있었다. 덩치가 커다란 주먹으로 그의 입을 서너번 때린 후에 개구기를 끼웠다. 마트료시카처럼 앞치마를 두른 여자가 가위로 그의 그곳을 잘라서 그의 입에 밀어 넣었다. 그것은 그대로 목구멍을 통과했다. 덩치가 개구기를 제거했다. 비명과 욕설이 한동안 지하를 채웠다.

"누구냐 너?"

"누군가의 엄마."

"엄마라는 사람이 이럴 수 있어? 살려주세요...제발!"

"글쎄..."

마트료시카는 러시아의 전통인형이다. 커다란 인형 안에 작은 인형들이 숨어 있다. 언제나 밤거리를 비추는 네온사인 아래 마트료시카 클럽

지하의 비밀공간에서 처형이 거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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