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꿈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by 웃자

꿈에서 아버지, 어머니, 동생, 그리고 나는 차를 타고 귀가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좋았다. 꿈에서 우리집은 아주 옛날에 살았던 이층 주택과 비슷했다. 우리는 거실에서 테레비를 보며 밥을 먹었다. 내가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바둑 프로그램에서 멈췄다. 쌍둥이 남자 프로 바둑 기사가 아버지를 회상하며 인터뷰를 했다. (깨어나서 검색했는데 아직 쌍둥이 프로 바둑 기사는 없는 것 같다.) 그들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모진 말씀을 하셨다고 그때는 상처를 받았지만 이제는 이해한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아버지는 식사를 하면서 테레비를 보다가 옛날에는 모두 그랬다고 말씀하셨다. 생전에 건강한 모습으로 음식을 맛있게 드셨다. 아버지가 너무 많이 드시는 것 같다고 내가 말했고 옆에서 어머니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이창호 기사를 좋아하셨던 것 같다. 이창호 기사는 은퇴한 것 같다. (출처: KB바둑리그 2R1G-1)

아버지는 바둑을 좋아하셨다. 바둑을 잘 두셨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바둑에 관심이 없었지만 예전에 동생은 가끔씩 아버지와 바둑을 두었다. 당시에 동생은 동네 기원에서 바둑을 배웠는데 실력이 꽤 괜찮다는 칭찬을 들었다. 어느날 내가 승부를 걸었고 줄바둑으로 승리했다. 동생은 울었고 그날 이후 바둑을 그만두었다. 계속 바둑을 두었으면 프로가 될 수 있었을까. 아버지는 바둑 TV를 자주 보셨다. 두꺼운 바둑 잡지도 구독하셨다. 퇴근 후에 혹은 주말에 누워서 바둑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바둑 잡지를 읽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동생과 내가 아버지한테 놀자고 조르면 목욕탕에 갔다. 목욕탕에서 삼육두유를 마셨다. 어머니와 같이 가면 늦게 나와서 오래 기다렸는데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목욕이 끝나면 복국이나 재첩국을 자주 사먹었다.

출처: pexels-isaiah-quindo-1839882

아주 옛날에 이층 주택에서 살았다. 일층에는 주인이 살았고 우리는 이층에 세를 들었다. 집 바깥에 연탄 보일러가 있었다. 새까만 연탄은 한쪽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새하얀 연탄은 줄지어 있었다. 옥상에는 빨래가 주황색 줄에서 바람에 흔들렸다. 옥상 구석에 화분이 있었는데 사마귀 알집이 있었다. 집에는 바퀴벌레가 많았다. 몬스터처럼 날아다녔고 다리를 타고 기어올랐다. 곤히 자는데 얼굴에 착륙하는 놈들도 있었다. 일층 마당에 큰 배나무가 있었다. 작은 돌배는 시큼했다. 온가족이 큰방에서 잠을 잤다. 주말 아침에 혼자 일찍 일어나서 코스비 가족과 디즈니 만화동산을 봤다. 만화영화가 끝나면 아버지한테 오백원을 받아서 산동네 입구에 있는 자판기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마셨다. 남은 돈으로 오락실에 갔다. 그곳은 아직도 그대로일까.

매거진의 이전글세번째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