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서희 May 11. 2024

어청도 32일 차

- 어제의 영광은 어디로 가고... 바람이 심하니 내일을 기대한다

어청도 32일 차

- 어제의 영광은 어디로 가고... 바람이 심하니 내일을 기대한다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아침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배는 이미 결항이 예고되어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곳곳을 돌아봤지만

어제 그 많던 새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이 없다


새가 없기에 등대나 다녀오자고 해서 갔더니

등대 들어가는 길에 후투티와 황로가 기다린다

금방 들어왔는지 꾀죄죄한 모습이다


옹달샘에 들렸는데

흰꼬리딱새만 여전히 먹이활동 중이고

흰배멧새와 노랑눈썹솔새도 가끔 오는 정도였다

어제 중요하다던 흰등밭종다리(쇠흰등밭종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운동장에도 쇠붉은뺨멧새와 흰배멧새

큰밭종다리와 할미새, 꼬까참새 한두 마리 정도 남아있었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탐조를 계속하는 분이 계시기에

"제 눈에는 새가 안 보이는데요" 했더니

이렇게 바람이 심한 날일수록 

길을 잃은 귀한 새를 만날 확률이 높다고 하신다


그래서 다시 테크길로 갔다

흰꼬리딱새만 두 마리 여전히 먹이활동 중이고

할미새사촌이 많이 들어왔는지

높은 산 위에서 여러 마리 날고 있었다

할미새사촌도 바람이 심해지니

마을 안쪽으로 들어오는 듯했다


점심을 먹고 새로운 새를 기다리는 마음에

아쉬워서 테크길로 다시 나갔다

하지만 들어서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끝까지 가지 못하고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집으로 들어와

비 오는 날의 진리인 김치전을 만들어

(어청도 달래와 미나리, 지인 분이 가져다 주신 김치를 넣고)

어제의 영광을 함께 나눈 분들과 나눠 먹었다


지금 창문을 세차게 때리는 바람 소리가

새들을 부르는 휘파람 소리이기를...

내일 아침이면 

어청도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새를 기다리는 모든 분들이 

잠을 설치는 밤이 될 것 같다


무늬가 선명하게 구별된다는 쇠밭종다리
어청도 등대에서 만난 후투티(꾀죄죄한 모습)
어청도 등대에서 만난 황로
학교 운동장에서, 큰밭종다리
바람이 심하니 제비가 땅에 앉아 있다
테크길 흰꼬리딱새도 여전하고...
야릇한 자세로 서 있는 북방긴발톱할미새
홍때까치
검은바람까마귀
마을 뒷길에서 만난 물레새
옹달샘 흰눈썹울새도 여전하고...
붉은뺨멧새도 여전하고...
개개비가 좀 들어온 듯...
흰눈썹북방긴발톱할미새


매거진의 이전글 어청도 31일 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