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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서희 Jun 26. 2024

새에게도 오감이 있대요 5

- 책으로 만나는 새 이야기 17

새에게도 오감이 있대요 5

- 책으로 만나는 새 이야기 17


글 서서희

참고한 책 <새의 감각> 팀 버케드


<새의 자각(磁覺)〉


 1. 바다오리의 비행경로

- 작가는 스코머 섬(영국 남쪽 웨일스)에서 바다오리가 집단 서식하는 곳에 내려가 개조한 낚싯대로 바다오리를 잡아 한쪽 다리에 금속 가락지를, 다른 쪽 다리에 특수 개조한 플라스틱 가락지(위치 추적기)를 끼워 날려 보냈다.

- 열두 달이 지나, 다시 바다오리를 잡아 위치추적기를 회수해 조사한 결과 바다오리는 지난해 7월에 번식기가 끝나자마자 남쪽으로 출발하여 비스케이 만(프랑스 남부 바다)에서 몇 주 머문 뒤에 북쪽으로 1500킬로미터를 날아 스코틀랜드 북서부에서 겨울을 났다. 그다음에 번식기가 시작되기 몇 주 전에 비스케이 만에 들렀다가 스코모 섬의 이 바위 턱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 - (2) - (3) - (4) - (5)로 이동

- (1)(5) 웨일스 스코머 섬, (2)(4) 프랑스 남부 비스케이 만, (3) 스코틀랜드 북서부

바다오리 이동 경로

- 가장 멀리 이동하는 새는 큰뒷부리도요로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1,000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여드레 만에 주파한다고 알려져 있다.


2. 새는 어떻게 길을 찾는가

- 스코머 섬에서 떨어진 스코컴 섬에 서식하는 맨섬슴새 세 마리(가락지를 찬)를 36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날려 보냈더니 두 마리는 죽고 한 마리가 9시간여 만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것이 발견됐다.

- 위치 추적기라는 신기술 덕에 새들이 얼마나 먼 거리를 비행하는지 포괄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었지만, 새들이 '어떻게' 길을 찾고 여행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좋은 의견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3. 에믈런 깔때기

- 에믈런 깔때기는 압지(잉크나 밀물 따위로 쓴 것이 번지거나 묻어나지 아니하도록 위에서 눌러 물기를 빨아들이는 종이)로 만든 깔때기로, 가장 긴 쪽의 지름이 약 40센티미터이며 바닥에 잉크 패드가 있고 꼭대기에는 철망을 대어 새가 하늘을 볼 수 있게 한 기구이다.

- 새가 뛰면 압지에 발자국이 찍히는데, 이를 통해 이주 방향과 강도를 알 수 있다.

- 이 방법을 이용한 덕에 소형 조류가 일정한 시기에 특정 방향으로 날아가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 1800년대 중엽 비둘기 같은 새들의 귀소 방법에 대한 두 가지 견해가 있었다. 하나는 새들이 둥지에서 밖으로 나갈 때 길을 기억한다는 견해이고, 하나는 지구가 일종의 거대한 자석이며 새에게 여섯 번째 감각이 있어서 지구 자기장을 감지한다는 견해이다.

- 1950년대 초에 독일의 조류학자 구스타프 크라머는 길 찾기가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새들은 출발하는 순간에 그곳이 어디인지 알아야 하며 '집'이 어느 방향인지도 알아야 한다고...

- 낮에 이동하는 새는 태양 나침반을 이용하고 밤에 이동하는 새는 별 나침반을 이용한다고 한다.


4. 새는 지구 자기장을 '본다'

- 유럽울새의 이주 행동을 연구해 보니, 유럽울새를 출발 직전에 잡아서 특수 설계된 '방향 찾기 새장'(에믈런 깔때기의 원조)에 몇 시간 동안 놓아두면 새가 어느 방향을 향해 팔짝팔짝 뛰거나 날개를 퍼덕이는지 알 수 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도 새들은 방향 감각을 읽기는커녕 여느 때처럼 남서쪽을 향해 팔짝팔짝 뛰었다.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 이 '다른 무언가'가 자기 나침반인지 확인하기 위해 커다란 전자기 코일로 둘러싼 방향 찾기 새장에 유럽울새를 넣어 자기장을 뒤집거나 동쪽이나 서쪽으로 바꾸었을 때 유럽울새가 어느 방향으로 뜀박질하는지 비교했다. 예상대로 유럽울새는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여, 전자기 코일 방향에 따라 뜀박질 방향을 바꾸었다.

- 놀라운 사실은 새들에게 자기 나침반뿐 아니라 자기 '지도'도 있다는 것이다. 새들이 이를 이용하여 GPS 시스템처럼 위치를 파악하되 위성 신호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자기장을 이용한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새에게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회의적이었다.

- 새를 포함한 동물이 어떻게 자기장을 감지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 이론이 있다.

- 첫 번째는 '전자기 유도'로 물고기에게서 이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매커니즘을 위해서는 아주 민감한 수용체가 필요한데 새나 그 밖의 동물에게는 이런 수용체가 없는 듯하다.

- 두 번째는 산화철의 한 형태인 자철석이라는 자성 광물을 이용한 것이다. 이 방법은 1970년대에 일부 세균에게서 발견되었는데, 세균이 자기장과 나란하게 방향을 바꾸는 데 이용된다. 꿀벌, 물고기, 새를 비롯하여 비둘기에게서도 자철석 결정이 발견되었다.

- 세 번째 이론은 화학반응이 자각을 매개할지도 모른다는 흥미로운 가능성이다. 일부 유형의 화학반응이 자기장에 의해 변형될 수 있음이 밝혀졌으며 이 특정한 화학반응이 빛으로 유도되는 듯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연구자들은 새가 지구 자기장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 야생 비둘기를 실험한 결과 왼쪽 눈을 가렸을 때보다 오른쪽 눈을 가렸을 때 집을 더 잘 찾아온다는 사실과 해가 보이지 않는 날에 더 잘 찾아오는 것으로 보아 연구진은 새의 뇌가 매우 편측화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 유럽울새를 대상으로 삼아 검증해 보았다. 어느 쪽 눈도 가리지 않았을 때는, 유럽울새는 정상적인 이주 방향으로 뜀박질했다. 하지만 앞선 실험에서처럼 자기장을 인위적으로 180도 회전시키자 뜀박질 방향도 180도 회전했다. 이번에는 불투명한 안대로 한쪽 눈을 가렸다. 왼쪽 눈을 가리고 오른쪽 눈으로만 보게 했을 때는 양쪽 눈으로 볼 때와 정확히 같은 방향으로 뜀박질했다. 하지만 오른쪽 눈을 가리고 왼쪽 눈으로만 보게 했더니 방향을 찾지 못했다.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이 과 오른쪽 눈만이 지구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유럽울새에게 콘택트렌즈를 씌우는 후속 실험을 한 결과 빛 자체가 아니라 영상의 선명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럽울새에게는 지형의 윤곽과 가장자리를 보고 적절한 신호를 포착하면 자각이 촉발되는 능력이 있는 듯하다.

- 눈을 매개로 한 화학반응은 '나침반' 역할을 하고 부리의 자철석 수용체는 '지도'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침반은 자기장의 '방향'을 감지하고 지도는 자기장의 '세기'를 감지하는 듯하다. 망망대해를 건너거나 드넓은 땅덩어리를 지날 때, 새들은 두 정보를 통합하여 집으로 가는 길을 찾는다고...


바다오리(위키백과 한국어)
큰뒷부리도요(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1,000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8일 만에 도착한다는 경이로운 새)


유럽울새(두산백과)
길을 잃고 우리나라에 2014년에 나타났던 꼬까울새(영명이 유럽울새와 같은 European Robi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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