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5
새로운 교육을 기획할 때에는 다양한 상황과 목표, 그리고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려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제까지는 매우 안타깝게도 교육생에 대한 고려를 가장 나중에 했던 것 같고, 나름대로 핑계를 대보자면 지금처럼 안 했다면 교육이 완성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루어둔 숙원 사업을 해결하듯 단 두 가지에만 집중해서 교육을 만들어보고자 마음먹었다. 문제가 생기는 것들이 있다면 그 후에 해결하는 것으로 마음먹고.
첫 번째는 취업을 목표로 하는 교육은 '취업'을 1순위로 생각하고 교육을 만드는 것이었다. 막상 이 문장을 떡하니 써두고 어떤 교육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을 하니 막막했다. 가장 좋은 건 일단 업계의 동향을 찾아보고 기존 여러 부트캠프(우리가 하던 것도 포함해서)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찾아본 교육생들의 입장에서의 주요 피드백은 아래와 같았다.
온라인 (혹은 온/오프라인 혼합) 기반의 교육이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떨어진다. (관리미흡)
포트폴리오로 사용할만한 프로젝트를 해볼 수가 없다. (교육생의 실력이 천차만별, 정해진 프로젝트만 함)
하루종일 교육만 진행되니, 질의응답이나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시간이 없다.
너무나 자주 느꼈고, 들었던 내용이라 사실 큰 감흥은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바꿔보고 싶었던 것이니까.
이번에는 기업의 피드백을 듣고 싶었다. 부트캠프 출신의 개발자들을 뽑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거나,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지. 그래서 평소 업무 차 알고 지내던 HR담당자, 시니어 개발자 분들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고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정리해 볼 수 있었다.
부트캠프, 소위 학원 출신 개발자들은 내부 인식 때문에서라도 잘 뽑지 않게 된다. (신입)
부트캠프 학생들은 주어진 내용에 대해서만 학습되어 있어 응용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기술에 집중해서 진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이유들이 있었고, 나는 이러한 피드백이 사실 하나의 내용 같았다. 교육하면서도 자주 느꼈던.
교육을 하다 보면 내가 직접적으로 교육에 참여하진 않지만, 교육 중 어려움을 겪거나 중도에 교육을 포기하는 학생들과 면담을 하다 보면, 다양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저는 A기업 부트캠프에서 AI를 n개월동안 수강하고 m개의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저는 ~한 프로젝트를 n개월동안 만들어봤습니다"
"저는 ~의 최신 트렌드 기술을 사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등..
이러한 친구들에게도 앞으로 목표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기업을 목표로 하는지 등 진로에 관한 질문을 주로 하는데, 말미에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혹시 A프로젝트 (혹은 기술, 부트캠프)에서 하고자 했던 게(해결하고 싶었던 게)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자신이 생각해 뒀던 혹은 생각한 내용을 술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 대부분은 "그게 취업에 도움이 된 다해서요. 그거 알아야 취업이 된다해서요"라고 이야기를 하곤 했다.
이런 말들을 한 친구들이 밉지 않았다. 틀린 말도 아니고 딱히 정답이 있는 질문도 아니었다. 다만, 학생들이 제대로 생각하도록 도와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나 자신이 좀 안타까워졌다.
난 여기에 어떤 교육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이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