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우섭 Dec 04. 2023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교육 #11

새 술은 새 부대에 #6

나는 이제까지 생각했던 여러 가지 포인트를 가지고 나름의 새로운 교육을 만들고자 했고 그에 필요한 것들도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준비를 통해 처음 도전한 것은 기존 운영하던 KDT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상 운영의 주체만 다르고 운영 방식이나 강의진도 거의 비슷한 프로그램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 교육의 포인트는 교육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을 야생과 같은 환경에 내던져버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최소한의 범위를 두어 우리 안의 야생이었지만) 이와 같은 환경을 고려했던 것은 개발자로서 취업에 성공했을 때 결국은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고 본인이 가진 역량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내 경험으로는 정말 와일드한 환경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야생이라고 이야기해서 엄청 대단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야생이라는 말처럼 자연 그대로, 개발 생태계 그대로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물론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원은 이루어지겠지만.


그래서 나름대로 완성한 교육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 교수식 교육법에서 비교수식 교육으로

일반적으로 진행해 왔던 교수설계식 교육 방식을 과감하게 버렸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누군가 앞에 서서 교수, 즉 가르치는 행위를 빼버렸다는 이야기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반문했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는데, 교육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고.


아마 교육에 관심이 많거나 한 번쯤 고민해 봤던 사람이라면 토론식 교육 등 다양한 교육 방식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부트캠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제까지 다양한 교육을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교수설계방식의 교육이 '취업'을 하고자 하는 단계의 교육생들에게는 더 이상은 불필요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했다.


왜냐하면 부트캠프는 말 그래도 보면 '신병훈련소'와 같지만 정작 부트캠프가 바라는 목표는 신병으로써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미 많은 교육에서 프로그램 참여 전 테스트나 선발 과정을 거치고 있고 어느 정도 기본기를 다진 취업을 준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상이기에 누군가 시간을 할애해서 계속 알려주는 건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교수식 교육법을 버리고 동료학습방식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동료학습방식은 다른 곳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교육생 각자가 본인에게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공부하고 이를 서로 발표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교육에 참여하는 교육생이 교육생이자 교육자가 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방법을 도입한 이유는 누군가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려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했다.


2. 장기간의 크고 멋진 프로젝트에서 짧은 기간에 진행하는 미션형태로

부트캠프에서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팀을 이루어 교육기간 중 1/3 이상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물론 이러한 프로젝트 경험이 교육생에게는 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운영해 본 경험으로는 아주 큰 단점이 존재한다 생각했다. 바로 프로젝트 진행 후 이에 대한 회고를 진행해 보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프로젝트 종료와 동시에 교육기간도 함께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내가 진행해 본 프로젝트에서 회고를 해볼 수 시간이 정말 없다. 프로젝트 진행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어떤 점에서 다르게 사고해보아야 할지', '우리가 가진 문제를 적절한 기술로서 해결했는지' 등을 고민해 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젝트보다는 가볍게 해 볼 수 있는 문제 상황을 만들어 교육생에게 2주에 한번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달했다. 그럼 2주 동안은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필요한 사항을 찾아서 공부하고 동료들에게도 알려주는 방식이다.


3. 강사/보조강사 대신 퍼실리테이터로

마지막은 강사/보조강사를 퍼실리테이터로 대체한 것이다. 퍼실리테이터가 어쩌면 보조강사로 치환하여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엄연히 다른 역할의 지원자이다. 퍼실리테이터는 교육기간 중 교육이 원활하게 잘 운영되도록 돕는 일을 주로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말 많은 역할과 역량이 필요한 포지션이다.


단순히 교육을 운영되도록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위의 교육 방식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미션 진행에 대한 도움을 주거나, 교육생들이 공부할 내용을 설계해 주고 가이드를 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나는 이렇게 큰 세 가지 포인트를 가지고 지금까지 운영했던 교육에서 기업과의 교육생과의 취업/채용 괴리를 없애려 했고 교육생들이 보다 즐겁게 자신의 꿈을 위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물론 기존과 다르다 해서 효율적이고 성과가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며, 분명 시행착오도 겪으리라 생각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교육 #1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