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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건 Feb 27. 2023

'꾸준히 하면 된다'를 느끼게 해 준 두 가지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자면, 나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끈기가 있는 성격도 아니었고 무언가를 꾸준~히 해본 기억도 상당히 드물다. 오히려 싫증을 쉽게 내는 성격에 가까웠고 심지어 다른 아이들은 미친 듯이 빠져하던 게임조차도 금방 질려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언제부터인가, 나 자신을 조금씩 채찍질하기 위해 꾸준히 하는 것들이 몇 가지 생겼다. 아래의 두 가지는 그 와중에서 최근에 나를 조금은 기쁘고 뿌듯하게 만들어준, 말 그대로 '꾸준히 하면 되기는 되는구나'라는 교훈을 새삼 다시 알려준 것들이다.



1. 블로그


지난여름, 나는 몇 개월 동안 백수의 시간을 가졌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나에게는 이력서를 다듬고 면접 준비를 하는 시간 외에 공백의 시간이 생겼고 그 시간이 허무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쉬워 무엇이라도 다양한 경험을 하고 기록을 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블로그 살리기'였다. 그 당시 나는 이미 블로그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월에 몇 개씩, 그냥 내가 글을 적고 싶을 때 적는 정도의 수준에 불가했다. 마케팅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쉬는 기간 동안 나만의 블로그를 제대로 활성화하는 것 또한 좋은 경험이자 레퍼런스가 될 거라 생각했고 마침 나는 맛있는 요리를 참으로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나의 맛집 블로그 키우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블로그도 공부가 필요하다. 마구잡이로 글을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나름 체계적인 설계와 취재, 투자가 필요하다. 일단 나는 서점에 가서 책 한 권을 구매했다. 그 책의 저자는 본인을 따라 하면 짧은 시간 내에 일 방문자 수 1,000명을 달성할 수 있음을 자신했고, 나는 그에 따라 열심히 블로그에 도전했다. 매일 포스팅 아이템(맛집)을 찾고, 사전 조사하고, 방문하고, 사진을 찍고 후기를 올려댔다. 하루에 한 개씩 올라가는 나의 포스팅은 나의 블로그 방문자 수를 꾸준히 발전시켰다. 틈틈이 유튜브에서 다른 블로거들의 비법도 공부하며 조금씩 조금씩 블로그를 개선시켰다. 그렇게 블로그를 개선시키는 와중에 생긴 나의 목표는 일 방문자 1,000명 달성하기였다.



그리고 나는 최근 블로그 일 방문자 1,000명을 달성했다. 사실 유명한 블로거 분들이 본다면 별 거 아닌 성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몇 개월간의 꾸준함이 만들어낸, 참으로 뿌듯한 결과물이었다. 블로그를 하던 와중 새로운 직장에 취업을 하며 꾸준히 포스팅을 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고 가끔은 포스팅을 하는 것에 심히 귀찮음을 느낀 적도 있지만 그래도 포스팅을 적고 또 적었고, 그렇게 쌓여간 결과물들은 나에게 뿌듯함이라는 보상을 가져다주었다.




2. 운동 : 그중에서도 달리기


나는 어린 시절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운동을 두루 못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제일 못하는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바로 '오래 달리기'였다. 그 왜 어렸을 때 체력 측정을 하면 오래 달리기는 필수 과목으로 들어가지 않는가. 나는 그게 매우 싫었고, 힘들었다. 숨이 금방 차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데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 달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오래 달리기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운동을 못한다고 도전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나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운동을 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동경해 왔고, 20대 중반에 약 4년간 주짓수라는 운동을 하다 이후 약 3년 동안 크로스핏이라는 격렬한 운동에 도전해 자신을 채찍질해 왔다. 하지만 약골은 약골이었나 보다. 블로그를 재단장하던 지난해 여름, 운동을 마친 후 '횡문근융해증'이라는 질병에 걸려 잠시동안 운동을 쉬게 됐다.


이후 나의 컨디션에 맞는 운동을 찾다가 달리기를 시작했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었으니까. 크로스핏을 할 때도 다양한 운동 중 내가 가장 못하는 것은 달리기였고, "내가 아무리 달리기를 못한다고 해도 꾸준히 하다 보면 늘지 않을까?"라는 반발심이 생겨 도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정말 1km를 달리면 너무 힘들었다. 10분을 채 달리지 못했었고, "달리기는 나랑 정말 안 맞는구나. 그냥 줄넘기나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계속 달렸고 2km, 3km를 안 쉬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금요일 저녁, 나는 5km 안 쉬고 달리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날을 기점으로, 30분은 그냥 안 쉬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완전 그냥은 아니고.. 컨디션이 안 좋지 않은 날에 한해..) 무언가 돌파점을 찾은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취약하던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해서 예전에는 이루어낼 수 없던 성과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가장 기분 좋은 포인트였다.


물론 이 글은 자랑하자고 쓴 글은 아니다. (아니 살짝은 자랑하고 싶었을지도..) 블로그를 잘하시는 분들, 달리기를 잘하시는 분들이 보면 햇병아리가 짹짹대는 정도의 성과일 것이다. 그러나 서로 비교하고, 견제함이 강해진 요즘 사회에서 자신만의 기준으로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그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가 생각한다. 나의 이 소소한 도전, 그리고 그로 인해 느낀 성취감의 사례를 보고 다른 누군가도 자신만의 도전을 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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