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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건 May 08. 2023

[오늘의 밥상 #1] 꽃게국

‘시원함’이란 바로 이런 거지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고향집으로 향한다.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한지 연휴의 시작 늦은 밤 고속도로에는 명절 때처럼 고향으로 향하는 차들이 너무나 많다.


며칠 전 엄마와 통화를 했다. “저녁 뭐 먹어요?”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꽃게국.”. 꽃게국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입 안에서 그 매콤 칼칼한 맛이 스쳐 지나가며 군침이 돌았다. “나 이번에 집에 가면 꽃게국 꼭 해주세요!” 엄마에게 집에도 가기 전부터 선전포고를 했다.


약 4시간의 고속도로 여정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다. 새벽 시간, 부모님은 주무시고 계시고 제일 먼저 주방에 들어서 물을 한 잔 마시다 보니 한쪽에 커다란 꽃게 2마리가 보인다. 나를 위해 준비된 꽃게탕의 주인공들.


다음날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니 엄마가 아침 겸 점심을 먹으라고 부르신다. 그리고 식탁에는 오랜만에 마주한 엄마표 꽃게국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채로 날 반겨주고 있다.


우리 집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로 만든 밥을 한 입 가득 넣고 꽃게탕 국물을 떠서 입 안에 넣는다. “엄마, 너무너무 맛있다.” 먹자마자 한 첫마디다. 그래, 바로 이 칼칼함이지. 이게 바로 시원함이지. 크~ 소리가 저절로 입 안에서 나온다. 시원하라고 무를 듬뿍 넣고 고춧가루와 소금으로 개운하게 맛을 낸, 그리고 꽃게를 푹 끓여 꽃게살의 단 맛이 약간 녹아든 꽃게국은 정말이지 간장게장 못지않은 밥도둑이었다.


글을 쓰다 보니, 또다시 입 안에 군침이 맴돈다. 내일은 엄마에게 전화해서 말을 해야지 “엄마! 나 꽃게탕 또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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