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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건 Jan 20. 2023

주위가 흘러가는지 우리가 흘러가는지

최근 인터넷을 하다 어떤 짧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영상 속에서 한 남자는 잠자리채 같은 것을 들고 마치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신선처럼 물 위를 빠르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 모습은 눈의 착각이었고, 남자는 단지 얕은 개울 바닥에 앉아 있었을 뿐이었다. 개울물이 남자를 지나가는 모습이 마치 남자가 물을 가로지르고 있는 것처럼 착시 효과를 일으킨 것이었다.




지금은 종영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한 시민의 기가 막힌 명언이 있다.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직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뒤를 돌아보면 굽이 굽이진 길을 가고 있었다. 그게 인생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명언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한다.)



얼마 전 지하철을 타다가 이런 상상을 해봤다.


나는 지하철에 탑승하고, 그 지하철은 빠르게 움직여 목적지에 도착한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일 뿐, 실제로는 영화 트루먼쇼의 한 상황처럼 나는 가만히 있고 지하철 밖의 풍경이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마치 내가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말도 안 되는 상상이다. 나는 단지 지하철 안에서 걷거나 뛰지 않을 뿐, 지하철은 나를 태우고 빠르게 움직인다. 그런데 어쩐지 나는 지하철 창밖의 풍경을 보며 "나 참 빠르게 움직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고 "창밖 풍경이 참 빠르게 바뀌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간 관계도 가끔 이렇게 보는 경향이 있다. 오랜만에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오로지 나의 관점에서 "이 사람 참 많이 변했네."라고 생각한다. (그 변화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다른 문제) 실제로는 내가 오랜만에 그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뿐이지 보통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야 너 정말 예전이랑 똑같다!"라고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증명하듯이 옛말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구의 인생에서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고 극은 항상 주인공의 시점에서 흘러가는 법이니까. 하지만 주인공의 시점이 항상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가끔씩은 생각해 보자 주위가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우리가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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