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기건 Feb 19. 2023

고양이는 정말 알 수가 없어.

고양이와 강아지 중에 더 좋아하는 쪽을 고르라면 난 무조건 강아지의 앞발을 들어줬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강아지의 사람에 대한 무한 애정, 오두방정의 모습을 좋아했고 그에 반해 왠지 도도한 모습의 고양이는 낮은 텐션의 나와는 잘 안 맞는 듯했다.




얘는 가끔 이렇게 책상 사이에 앉아 있는다.

1. 고양이와의 만남

몇 달 전, 지금의 회사로 첫 출근을 했다. 첫날 자리를 배정받아 짐을 풀고 있는데 책상 위로 쓱~ 뭔가가 지나갔다. 고양이였다. 순간 뭐지? 싶었는데 또 쓱~ 고양이가 지나갔다. 같은 고양이가 두 번 지나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처음에 지나간 아이가 아롱이(수컷) 두 번째로 지나간 아이가 다롱이(암컷)이었다.


회사에서는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고 있었고 그 두 마리의 고양이는 회사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사무실에 거주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주 활동 영역이 사무실 중에서도 우리 팀 근처인지라 나의 새로운 회사 생활은 고양이와 함께 시작한다고 해도 무방했다. 아롱이와 다롱이는 오전에는 주로 늘어지게 자고 있고, 안 보인다 싶으면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무릎 위에서 쓰다듬을 받고 있다거나 둘이 갑자기 신경전이 생겨 우다다 거리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회사 생활.. 이전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의외로 힐링이었다.


2. 내 품에 들어온 아롱이

아롱이는 다롱이에 비해 꼬리가 짧다. 그리고 그런 아롱이는 내가 회사에 입사한 첫날, 나의 허벅지 위에 올라와 앉았다. "얘가 왜 이러지? 사람을 아주 잘 따르는 고양이인가?"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고양이의 따뜻한 체온이 허벅지 위로 전해져 참 신기하기도 했다.


옆에서 같은 팀 직원이 “이렇게 첫날부터 간택당하기 쉽지 않은데 신기하네요.”라고 말했는데 나는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겠거니, 원래 사람에게 올라오기를 좋아하는 아이겠거니 싶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아롱이는 내 무릎에 다시 올라온 적이 한 번도 없다. (허벅지의 안락함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걸까?) 아무튼 고양이는 알 수가 없다.


3. 고양이는 힐링이 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고양이와 함께 하는 회사 생활은 은근히 힐링이 된다. 언젠가는 한 번 지쳐서 다롱이 앞에 앉아서 엎드리면서 다롱이를 쳐다봤다. 평소 다롱이는 아롱이보다 겁도 많고 새침한 편이다. 사람이 지나가면 갑자기 도망갈 때도 있는데 그날 다롱이는 왠지 나를 피하지 않았다. 손을 쓱 내밀었고 다롱이의 엉덩이를 팡팡 두들겨 주고 쓰다듬어 줬는데 나의 손길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다롱이 앞에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업무시간도 끝났겠다. 다롱이 앞에 엎드려 한참을 쓰다듬으며 힐링을 받았다. 요즘은 또 쓰다듬으려고 하면 몸을 흐물텅하게 웨이브를 지으며 손길을 피하지만 아주 가끔씩은 손길을 고스란히 받는다. (나는 애초에 자주 쓰다듬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무튼 고양이는 참 알 수가 없지만 참 힐링이 된다.




약 3달째, 나는 지금의 회사에서 고양이들을 마주하고 있다. 어떨 때는 높은 곳에 올라가서 자기 좀 봐달라고 야옹거리고, 또 어떤 때는 그렇게 오라고 해도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롱이다롱이는 우리 회사의 활력소이다. 가끔은 웃음을 만들어주고 가끔은 사고를 치고 또 이야깃거리들을 만들어준다. 고양이들은 정말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묘력에 나도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무엇을 위해 운동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