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소스에 담긴 이야기
인천은 늘 처음이 시작되던 곳이다. 바다가 열리고,
사람이 들어오고 낯선 것이 익숙해지던 도시다. 이곳에서는 다른 문화가 부딪히지 않는다. 조용히 섞인다. 그리고 섞임 속에서 하나의 음식이 태어났다.
짜장면은 검다. 하지만 색 안에는 여러 겹의 시간이 들어 있다. 면 위에 올려진 춘장은 빛을 삼키듯 깊고 속에서 달큰한 향이 조용히 올라온다.
짜장면은 서로 다른 것들의 만남이다. 밀가루 면, 발효된 검은콩 소스로 만든 춘장, 돼지고기, 양파와 감자, 때론 해산물. 중국에서 건너온 춘장을 한국의 입맛에 맞게 변한 조리법이다. 이 음식은
경계 위에서 완성되었다.
면을 슥슥 비비면 검은 소스가 고르게 스며들고 한 젓가락을 들어 올리면 쫄깃하다. 면이 탄력 있게 따라온다. 입에 넣는 순간 달큰하다. 양파의 단맛이 퍼지고 뒤이어 짭조름한 춘장의 깊이가 올라온다. 강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계속 당기는 맛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은 시작되었다. 타국에서 온 사람들이 자신의 음식을 만들었고 그들의 음식은 이 땅에서 변해갔다. 더 달게, 더 부드럽게, 더 익숙하게 변해갔다. 그렇게 짜장면은
이제 더 이상 외국 음식이 아니다. 우리의 음식이 되었다.
짜장면을 먹는다는 것은 섞임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검은 소스를 비비듯 서로 다른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과정이다. 쫄깃한 면발 속에는
적응의 시간이 담겨 있고 달큰한 맛 속에는 이해와 변화가 녹아 있다. 인천 짜장면은 섞이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낯선 것조차 우리의 일부가 되는 조용한 변화처럼 섞이는 것이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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