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려진 풍경
강진의 시간은 천천히 펼쳐진다. 들판과 바다가 이어지고 사이를 흐르는 공기는 조급함을 모른다. 이곳에서 음식은 한 접시로 끝나지 않는다. 하나를 내고 또 하나를 더하며 결국 하나의 흐름이 된다. 흐름의 이름, 한정식이다.
강진 한정식은 한눈에 다 담기지 않는다. 상 위에는 수많은 그릇들이 놓이고 각각이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물은 은은하게, 생선은 고소하게, 찌개는 구수하게, 김치는 짭짤하게 이어진다. 한 가지 맛이 아니라 수십 가지의 흐름이 입안에서 번갈아 나타난다. 그리고 모든 것이 과하지 않게 이어진다. 이 식사는 먹는다기보다 겪는다에 가깝다.
강진 한정식은 특정 한 가지로 설명되지 않는다. 제철 재료를 중심으로 다양한 반찬이 조화롭게 구성된다. 나물, 생선, 고기, 찌개, 젓갈 등 각각은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상 안에서 균형을 이룬다. 특히 남도 음식 특유의 깊은 양념과 손맛이 전체를 하나의 결로 묶는다.
한정식은 대접의 방식이다. 손님을 맞이할 때 가장 좋은 것을 아끼지 않고 내어놓는 마음이다. 강진은 이러한 남도의 전통을 잘 간직한 지역이다. 그래서 이곳의 한정식에는 풍성함과 정성이 함께 담겨 있다.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은 마음의 표현이다.
강진 한정식은 많다. 하지만 많음은 과함이 아니라 배려다. 이 음식은 말한다. 함께 나누는 것이 가장 큰 풍요다. 그리고 정성은 결국 식탁 위에 드러난다. 강진의 한정식은 그렇게 남는다. 풍성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남는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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