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코로나 때문인지, 덕분인지 그애가 3월 내내 한국에 있었다. 그렇다고 나를 매일 본 것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래도 주말에 거의 늘 봤던 것 같고, 마지막 주에는 돌아가려고 호텔을 잡고 기다리다가 본의아니게 일주일이 더 연장되어서 주말이 한 번 더 생기기도 했다. 거의 그애를 보느라고 그랬던 게 맞다. 그애를 보느라고 집에 가지 않았고, 또 그 애를 보니까 집에 가지 않았다. 코로나가 무서우니까.
나는 솔직히 그애가 감염되었을 거라고 어느 정도 의심하고 있었다. 다닌 곳들, 여러 가지 상태들, 모든 것이. 그리고 그에 따라서 나 자신 역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에 감염되었을까 무서웠던 것도 사실이긴 했지만 그것이 가장 큰 이유는 절대 아니었다.
그애가 가고 나서야, 집엘 갔다. 설날 이후 처음이었다. 거의 두 달 만에 집에 간 거였다. 그 전 주에 아빠가 엄마와 차를 타고 주중에 나에게 오시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마침 집 근처에서 외국 방문 후 확진자가 나왔다. 두 명, 세 명 정도 나왔었던 것 같다.
그 소식이 들리기 전 아빠가 오신다고 하길래 그럼 오셨을 때 차를 볼까~ 하면서 ㅂ차종의 정보를 보냈더니 아빠가 예쁘다고 ‘나도 사고 싶다!’며 얘기하셔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일단 취소되었고, 그 다음주에 집엘 가면서 아빠한테 또 넌지시 얘기를 했다. 시간 되면 차 보러 한 번 갔으면 좋겠다고.
여차저차하여 몇 달 만에 집에 갔던 토요일 낮, 다소 갑자기 ‘그럼 한 번 나가보자!’ 그렇게 되었다.
출발하기 전 아빠는 아빠 차를 구입한 영업사원한테 먼저 전화를 해서 차종에 대해 물어보셨다 .나는 당시 새로 나왔던 경차인 ㅂ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함께 가장 보편적인 세단 ㅇ종도 물어보셨고, 첫 차인만큼 좀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차가 있는지 확인하셨다.
보통 공장에 재고 차량이 남아있으면 그걸 좀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전혀 모르는 것이었고, 아쉽게도 2-3주 전에 신형 모델이 나오는 것 때문에 재고 처리가 모두 진행되었다고 했다. 아.. 한 발 늦었구나. 하지만 전시차나 매장에서 재고 확인해볼 수도 있을테니 한 번 나가보기로 했다.
일단 직접 타보는 게 중요하니, 알아본 두 차종을 모두 전시하고 있는 근처 전시장을 가기로 했다.
날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었고 벚꽃이 상당히 만개했는데 그날따라 바람이 좀 많이 불어서 벚꽃잎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날아다니던 날이었다.
20.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