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의 아들로 태어난 나의 아버지, 그리고 나
나의 아버지는 '빌어먹을 자식'이었다. 욕이 아니다. 말 그대로, 할머니가 신령님께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어서 낳은 자식이라는 뜻이다.
나의 친할머니는 본처가 아니었다. 첩이었다.
할아버지의 본처는 아이를 낳지 못했다고 했다. 아니, 낳았으나 지키지 못했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대를 이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할아버지는 나의 할머니를 집안으로 들였다.
할머니의 임무는 명확했다. '아들'.
하지만 하늘은 무심했다. 할머니가 낳은 아들 둘은 세상을 일찍 등졌다. 그 뒤로 딸 둘이 태어났지만, 집안의 공기는 차가웠을 것이다. 아들을 낳지 못하는 첩, 죽은 아들을 가슴에 묻은 어미. 그 서러움이 오죽했을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할머니는 결국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옛날이야기에나 나오는 장면처럼, 할머니는 새벽마다 정화수 한 그릇을 떠 놓고 커다란 나무 앞에서 빌었다고 한다.
제발 아들 하나만 점지해 달라고. 내 목숨을 가져가도 좋으니 대를 이을 아들 하나만 살게 해 달라고.
그 간절함이, 혹은 그 한 맺힌 절규가 하늘에 닿았던 걸까.
그렇게 기적처럼 태어난 아이가 바로 나의 아버지다. 그리고 그 뒤로 거짓말처럼 남동생이 하나 더 태어났다.
그렇게 '빌어서 낳은' 귀한 자식, 나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딸로 태어난 나.
사람들은 정성을 들여 낳은 자식은 복을 받고 잘 산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의 삶, 그리고 아버지의 삶을 돌아보면 그 '기도'의 대가가 꽤나 혹독했던 것 같다.
나는 이제부터 그 기구하고도 질긴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보려 한다. 빌어서 태어난 남자의 인생과, 그 핏줄을 이어받은 두 아이의 엄마인 나의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