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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Mar 11. 2024

입학시즌, 서점의 아침은 엄마들이 연다

두 아이가 제각각 학교로 향하는 아침 시각.

엄마는 부지런히 창문을 열어 묵은 공기를 내보내고, 상큼한 공기를 집안으로 들이며 청소를 합니다. 대충인 듯 대충 아닌 듯 아주 빠르게 말이죠. 하핫.

설거지도 스피디하게 끝내고 커피 한잔을 휘리릭 몸 안으로 들이붓다시피 서둘러 마시고는 집을 나섭니다.

어제까지는 작은 아이 설명회에 방과후 신청까지 겹쳐있다보니 꼼짝달싹 못하다가, 입학하고 4일이 지난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자유를 얻었으니까요.


하지만, 엄마의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지요.

당장, 학원을 가지 않고 스스로 학습중인 큰 아이의 학습에 다시 큰 구멍이 발견된 걸 깨닫고 서점에 가야지 가야지 했는데, 두 아이들과 함께 가면 여유있게 참고서를 뒤적거리질 못하다보니 자유부인이 되자마자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아이의 구멍을 발견한 건, 중1 기초학력진단평가 대비 문제집을 풀면서입니다.

학원 경험이라곤 2개월이 전부고, 학교에서도 시험을 안보다보니, 시험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라 3월에 있을 중학교 첫 시험(?)에 대비해서 6학년 학업 수준을 평가해본 건데요.


사회나 과학은 오로지 독서 배경지식과 수업 시간에 배운 교과서 내용이 전부인 아이.

그래도 워낙 사회는 정치, 역사, 지리쪽으로는 깊은 독서 수준을 아는지라 믿고 있었는데, 의외로 복병은 과학이더라고요.


용선생 과학 시리즈와 각종 인문과학책을 섭렵해왔고, 아이의 책 취향이 자연과학쪽이었기에 과학은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요.

맞습니다. 그건 진정 엄마의 '착각'이었습니다.

아이는 정확히 과학 중 생물(그것도 생태계만!) 과목에만 강했더라고요. 문제집을 초등 6년 한 번도 푼 적이 없으니 중학교 입학한 지금, 기초학력 모의고사를 2회 푼 지금에서야 그 구멍이 보이네요.


아이 독서 패턴을 아는지라 크게 걱정하진 않지만, 앞으로도 과학 과목을 학원 보낼 생각은 없다보니, 서점에 가자마자 문제집 코너에서 자습서와 평가문제집을 뒤적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문제집을 뒤적거리는 사람이 저 한 명뿐이 아니고, 꽤 많은 '엄마들'이 문제집을 뒤적거리며 한 가득씩 바구니에 담아가고 있었네요. 나름 이른 아침인데도 말이죠.


가끔 서점을 가곤 하지만 이 시간대에 이리 많이 붐빌리가 없는데, 역시 학년이 바뀌는 시즌이라 부모의 열기도 뜨거운가 봅니다.


라떼 시절엔 당연히 문제집은 스스로 사러 '동네서점'에 가는 거였는데요(저희 집은 대학교 인근에 있다보니 대학교 바로 앞에 있는 서점을 다니곤 했지만요.).


요즘엔 문제집도 에미 애비들이 사다가 자식들에게 디밀어줘야 하는 시대인가봅니다.


저 역시 제 자식이 스스로 부족함을 진단해보고 서점에도 스스로 찾아가보길 원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네요.

(자꾸 형제를 비교하면 안 되지만, 큰 아이는 첫째라 철 모르는 에미가 자꾸 물고기를 잡아주던 습관 때문에 아무리 떼어놓으려해도 이젠 머리가 커서 쉽지 않습니다. 작은 아이는 제 문제집을 몇 번 사 본 일은 없지만, 그래도 일단 서점에 가서 눈에 띄는 문제집이 있으면 스스로 고르는 편이긴 하죠.)


결국 사회와 과학 자습서와 평가문제집, 거기에 저희 가족이 즐겨 '듣는' 지구본 연구소 최준영 작가의 '최준영의 교과서 밖 인물 연구소'라는 책도 데리고 왔습니다.


자습서를 디미는 엄마의 의도가 너무 드러나지 않고 거부감도 덜하게 할 '미끼' 처럼 말이죠.

뻔하지 않은 인물사. 역사를 좋아하는 큰 아이에게 찰떡인 책이라 냉큼 데리고 왔습니다.

책 읽을 시간을 달라!

며 항의하곤 하는 큰 아이지만, 정작 책을 여유있게 읽을 수 있는 주말, 도서관에 가면 답답하다며 튕겨나오긴 합니다.


책을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공부, 숙제가 하기 싫어서 책을 쥐고 있었던 걸 눈치 채긴 했지만, 흠... 역시 공부 습관을 저학년부터 들이지 못했더니 후유증이 생각보다 오래가긴 합니다.


그래도 뭐.

하라면 하긴 하니까 다행겠.....죠? 하하.

서점에서 같이 책을 고르던 어머님들의 평안한 하루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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