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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fessor Sunny Sep 11. 2022

텍사스에서 살 때

석사 생활

불현듯 꿈에 옛날에 겪었던 일들이 그대로 나와서 그때 느꼈던 그 기분을 잠에서 깨고도 하루 내내 느끼게 되는 날이 종종 있다.  


나는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석사를 마쳤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오스틴이라는 도시에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그날로부터, 나는 그 넓은 땅덩이에 차도 없이 돈도 없이, 내 삶을 통틀어 가장 쭈구리(?) 같은 시절을 보냈다.  


돈이 너무 없지만 과일은 꼭 먹어야 했기에,  79센트 정도 하는 사과 하나를, 학교 앞 매점에서 매일 사 먹는 것으로 버텼고, 차가 없어서 한국 마트를 들를 수 없으니, 어쩌다 들른 마트에서 김치를 사서 그 통의 국물 바닥 끝까지 물로 헹궈 먹었던 때였다.


텍사스는 인구비율로 보나 뭘로 보나, 백인과 히스패닉의 파워가 비등비등했는데, 교실에서도 백인 친구들, 히스패닉 친구들 그룹이 자리를 따로 잡아 앉았다 (적어도 내가 속했던 그 그룹은 그랬다). 그래서, 나처럼 여기도 저기도 낄 수 없는 인종의 학생은 그 주변 어딘가를 서성거릴 수밖에 없었다. ‘인종’의 다름으로 인해 인간이 ‘구분’ 지어짐을 직접 겪고 보는 것은 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큰 충격이었다.


나는 그 짧은 기간 동안, 한국에서 26년간 견고하게 다졌다고 생각했던 자존감, 자신감, 나를 향한 많은 좋은 가치를 쉽게 잃어버렸는데, 그 이유는 (1) 영어도 잘 안 됐고, (2) 클래스 분위기로 그리 친절하지 않았고, (3) 돈도 없고.. 즉, 모든 주변 환경이 복합적으로 너무나 열악했으며, 그런 상황에 장기간 노출되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어리던 나의 모습을 꿈에서 다시 보았다.  


나는  며칠, 많은 축하를 받았다. 지난 7년간 (앨라배마 대학 2, 현재 대학 5) 리뷰받고, 공식적으로 종신직 교수로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 일어나자마자  ‘이거 발목 잡는 꿈인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지만, 하루를 내내 곱씹으며 돌아본 생각은, 여러 가지 과정에 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서있던 내가, 그러한 고생과 함께 여기까지 왔구나.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다시 꺼내와서, 현재의 좋은 일을 발판 삼아 위로받았다.               


https://localadventurer.com/free-things-to-do-in-austin-tex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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