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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 냥이 Aug 29. 2016

대우받으며 혼나고 싶어....

왜 그래야 하지

아침부터 잔소리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몇 번이고 반복되는 것을 참고 고 나중에 해야지 하다 보니 시기를 놓쳤다. 오늘은 결단코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뭐하는 거지"

"어... 깜박했다. 5분만 누웠다 일어나려 했는데...."

" 웬일이니 , 요즘 왜 그래? 아침마다 엄마가 깨워야 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또 자니  요즘 밤늦게 까지 공부하다 자는 것도 아니던데.... 오늘은 병원 핑계 대지마 엄마 도와주지 않을 거야. 네가 알아서 해" 

그러고는 멈추지 않고 조금 더 그 애가 듣기 싫어하는 말들을  했다.

"엄마 내가 알아서 하라면서요. 그럼 그만 하세요."

"너는 네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 엄마가 싫은 소리 한다고 듣기 싫어하니"
"내가 알아서 하라고 했잖아요."

"알았다. "



아이를 깨워 밥을 차려주고는 내 방에 들어가 한참을 있어도 아이가 학교 다녀오겠다는 인사가 없어서 시간을 보니 7시 50분이다. 식탁을 보니 샌드위치 반 조각만 먹었다. 

그 아이의 방에 들어가 보니 침대에 누워 자고 있다.


오늘 아침 작은 아이와 내가 투닥거린 이야기이다.


진짜 어찌 되었건 나의 싫은 소리의 끝은 공부이야기가 끝이 되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왜 끝에 가서는 공부이야기가 나왔을 까?

나도 모르겠다. 


며칠 전 학교를 자퇴한 그 애의 친한 친구일도 있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져서 작은아이 친구는 학교를 그만두고 알바를 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아들의 친한 친구 중 처음 자퇴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작은 아이가 하는 말이 학교 자퇴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집안들이 어려워지면서 자기들도 벌고 또 나중에 검정고시 본다고 하면서 자퇴한다고 한다. 

큰아들 고등학교 때는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 자퇴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작은 아이와 큰아이의 학교는 다르긴 하지만, 사실 작은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큰아들이 다녔던  학교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더 많기는 하다. 아니면 경기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지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며칠 전만 해도 작은 아들은 친구의 자퇴를 막으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그 아이의 상황을 듣고는 어쩔 수 없음을 알고 낙담했었다.

"엄마, 저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친구 집안 사정을 듣고 보니 너무 엄마에게 고마워서요."

"아빠 덕분이지.... 엄마야 너희들에게 해준 게 뭐 있다고"

그날 작은 아이는 밤늦게 들어왔지만 내 방에서 한참을 있다가 나갔다. 그날 친구의 사정을 들은 작은 아들은 엄마가 더 소중하게 생각되었던 것이다. 엄마와 단둘이 살던 아들의 친구는 얼마 있으면  엄마와 헤어져 지내야 한다고 했다.

친구문제로 많이 힘들지도 모르는 아들에게.....


나는 아직도 모든 게 서툴다. 아이들의 마음도 남편의 마음도 내 마음도 모든 것에서 나는 서툴다. 


어제는 일요일이라 모처럼 늦은 아침식사를 가족이 함께 하게 되었다.

우리 집의 현재 식구는 3명이지만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날은 토요일 아침이나 일요일 아침시간이 고작이다.

내가 밥을 푸는 동안 아들이 식탁에 앉으며 젓가락으로 멸치를 집어 먹는다. 

"아빠도 아직인데"
"엄마 죄송해요. 혼자 먹던 습관 때문에 깜박하고..."

조금 있다 남편이 식탁에 앉는다. 나는 아직 다 익지 않은 불고기를 뒤집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남편이 밥숟가락을 들고 밥을 퍼 먹고 있다. 아들이 나를 난처한 얼굴로 쳐다본다.

조금 전에 아들에게 아빠 식탁에 앉기도 전에 멸치를 집어 먹었다고 아들 보고 뭐라 했는데 아빠는 엄마가 식탁에 앉기도 전에 밥숟가락이 입에 들어간다.

"엄마, 엄마도 오세요"

"여보, 조금 전에 내가 애한테 하는 소리 들었지. 그런데 내가 앉기 전에 밥숟가락이 입에 들어가냐"

"음.... 내가 새벽에 아침 먹는습관 때문에 너무 배고 파서 깜빡했다."

"웃기네 이게 어디 한두 번이냐.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서 요플레 한 사발 먹었더구먼, 그리고 대화라는 것 좀 하고 밥 먹어라 밥 빨리 먹고 일어나기 바쁘니, 이래서 밥상머리 교육이 있는 거야"


나의 마지막 말에 여보야 갑님은 기분이 나빠졌다.

나중에 조용히 애 없는데서 말을 하면 자기 체면도 살고 여자로서 여자의 본분도 잘하는 현명한 아내

웃기고 있네 자기 잘못은 매일 대우받으면서 지적당해야 햐냐

누구나 잘못은 그 자리에서 지적당해야 한다.

잘못을 대우받으면서 혼나려 한다는 자체가 웃기는 것이다. 


어제오늘 나 왜 이러냐...

뭔가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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