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mi Jun 07. 2024

낭만 고양이

구원 좀 받아보려고 했더니….


마음과 영혼의 구원을 구하며 교회 문을 들어선 지 3개월, 나는 스스로를 달랜다. R아, 이번에는 머리 푹 숙이고, 제발 구원받기를…. 그럭저럭 잘 다녔다. 너무 훅 들어오는 친밀감에 뒷걸음치는 성향도 배려하는 사람들, 예수님을 대학 시절에 영접해서인가 성경 공부를 통해 성장해 온 목사님 덕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너무 무방비 상태로 이 세계에 들어섰고, 또 바보가 되었다.    

 

대표 기도를 하는 분이 ‘동성애자들이 이 세상을 악으로 물들이려 합니다.’라고 기도하는 데, 나는 아차 싶었다. 그렇지, 전국의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도한 집단에 내가 들어왔구나. 아직도 교과서에 ‘성평등’이란 단어를 못 쓰게 하는 자들도 이들이지? 21C 아이들을 ‘양성’에 묶어 놓은 이들도 이들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보려 노력했다.    

  

성경 공부를 하지 않았어야 했나? 나는 가슴보다는 머리로 납득을 해야 하는 방식에 길든 사람이라 공부를 택했다. 그래. 성경 공부를 하면 하나님의 위대하신 뜻을 알 수 있겠지? 그럼 내 삶의 궤적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바램도 가졌다. 하지만 창세기 9장 말씀을 하던 중, 하나님의 무지개를 통한 언약의 말씀이 나왔다. 비껴가려 했는데, 어김없이 또 마주치게 되었군. 무지개와 연관된 LGBT에 대한 참석자들의 간증이 줄줄이 나온다.     

 

왜요? 누가 누굴 심판해요? 잃어버린 어린양에 대해 예수님이 말씀하셨잖아요. 간음한 여자를 돌로 쳐 죽이려 했던 사람들에게도 예수님은 누가 이 여자를 단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당신들은 그들을 단죄하나요? 누가 당신들에게 예수님의 권한을 주셨나요?      


낙태. 아니 내가 내 몸속에 아기를 가졌는데, 왜 니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니? My Body, My Choice. 너희는  네 몸에 대해 Other People이 뭐라 하면, 그렇게 하니? 지랄도 풍년이다. 나는 입을 닥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세상의, 마지막 보루인 제주에서의 구원도 끝난 것 같다.      


지금, 내가 맥주를 마시며,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를 부르며 눈물을 줄줄 흘리는 이유는? 위와 같이 말하지 못해서이다. 나는 그저 왜요? 그들이 오죽했으면 그럴까요? 정도의 의문을 제기했고, 그마저도 최대의 반역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왜 늘 이러지? 그냥 살지. 나를 힘들게 하는 ‘나’가 지금, 마지막 구원을 잡아야 하는 타이밍에 너무 싫다.


이제 거미줄로 물고기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던 바램들… 그래서 슬프다. 구원도 저만치 날아간 듯하고, 홀로 떠나가 버린 슬픈 나의 바다를 그리워하며 살 수밖에 없나? 진정 무엇 때문에 슬픈 건지? 구원받을 기회를 놓친 건지, 할 말을 제대로 못 한 건지 …?

Sweet Little Kitty.

작가의 이전글 Hollywood acti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