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도심 곳곳에 등장한 독특한 픽셀 모자이크 작품들이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는 프랑스의 어반아트(UrbanArt) 아티스트 인베이더(Invader)가 남긴 흔적으로, 그가 전 세계 도시를 무대 삼아 펼쳐온 작품들 중 하나입니다.
인베이더는 도심 속 장소를 게릴라 식으로 선택하여 고전 비디오게임에서 발견할 법한 타일 모자이크 방식으로 작품으로 채워 넣습니다. 오늘은 도시라는 캔버스와 미술관을 넘나들며 작업을 전개하는 인베이더의 작업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도시를 침략하는 예술: 인베이더의 월드 인베이전(World Invasion) 시리즈
인베이더는 주로 고전 비디오게임을 연상케 하는 픽셀 모자이크로 전 세계를 누비며 작업을 전개해 왔습니다. 작업의 외관뿐만 아니라 방식까지도 게임의 포맷을 따릅니다. 그가 도시 곳곳에 작품을 남기는 “월드 인베이전(Word Invasion)” 시리즈의 방식이 그러합니다.
인베이더는 자신의 작업을 “침략”이라 부르며,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를 탐험하고 그곳에 자신의 작품을 설치하는 독특한 접근 방식을 고수해 왔습니다. 각 도시마다 보통 20~50개의 작품을 남기고 이를 일종의 “침략 점수”로 계산합니다.
종종 같은 도시를 여러 차례 방문하며 새로운 ‘침략의 물결(invasion waves)‘을 펼치는데, 이는 그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공간을 점유하고 확장하려는 목표의 일환입니다. 파리, 뉴욕, 홍콩, 로스앤젤레스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은 이미 그의 ‘침략’의 흔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공간 해커, 인베이더
인베이더는 자신의 작업을 공공장소의 ‘해킹’이라고 보며, 그가 남기는 모자이크는 도시 공간에 ‘바이러스’처럼 퍼집니다. 그는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지 않다고 믿기에, 일상적인 거리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그는 스트리트 아티스트로서 예술을 일상 속에 녹여내고, 도시 환경을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사실 인베이더가 한국을 ‘침략’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9년에는 대전 시내 곳곳에 작품을 남기기도 했으며, 약 15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은 충무아트센터에서 그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현실 속 픽셀 아트와 루빅큐브의 융합: Rubikcubism
인베이더의 작업은 거리 예술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도시에 남긴 타일 모자이크 방식을 넘어 실내 전시를 위한 새로운 방식인 “루빅큐비즘(Rubikcubism)”을 창안했습니다. 이는 2004년부터 시작된 시리즈로, 루빅큐브를 이용해 픽셀화된 이미지를 재현하는 방식입니다. 루빅큐비즘이란 이름은 20세기 초 피카소로 대표되는 큐비즘(Cubism) 운동을 차용한 언어유희적 표현으로, 대중적인 퍼즐 게임인 루빅큐브를 예술 매체로 변환시켜 고급 예술과 대중문화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디지털 픽셀 아트의 새로운 재해석
디지털 픽셀 아트를 물리적 3차원 공간으로 옮겨놓음으로써, 인베이더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흐리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가상과 현실의 융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루빅 시리즈"는 루빅스 큐브의 각 면을 하나하나 돌려가며 이미지를 완성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한 노력이 요구됩니다. 본래 픽셀 아트는 컴퓨터 화면 속에서 사각형의 작은 점을 뜻하는 픽셀 혹은 도트로 제작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인베이더는 이를 오프라인으로 꺼내어 3차원의 큐브를 작품의 매체로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그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볼 때 한층 더 정돈되어 보입니다. 이는 기술을 활용해 예술적 경험을 확장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반영하며, 컴퓨터에서 화면 밖으로 끌어낸 픽셀 아트를 다시 기기 안으로 밀어 넣는 역전을 통해 매체를 넘나드는 시도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