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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 May 21. 2024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23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독서와 관련된 글을 쓸 때면 으레 2021년 실태 조사 결과를 인용하곤 했다. 이제는 2023년 최신자료를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조사 결과를 눈여겨보았는데 실로 국민 독서 실태는 악화일로를 걷는 것처럼 보인다.


1년간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종합독서율’이 성인의 경우 43.0%였다. 10명 가운데 6명은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거나 듣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국민 독서 실태 조사는 1994년에 처음 이루어졌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종합독서율이 86.8%에 이르렀으나 이후 2년마다 시행되는 조사에서 해마다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의 57%가 1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점점 커져 2017년 미국인의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17분, 하루 평균 핸드폰 사용 시간은 5.4시간이 되었다니 책의 위기는 한 나라에 국한된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우리는 그간 책에서 취했던 정보를 인터넷으로 얻고 있다. 서울기술연구원이 2022년 시민 1,037명에게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대 응답자의 19.6%가, 20대는 13.5%가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시청을 '독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긴 시간을 들여 책 한 권을 힘들게 읽을 필요 없이 내용을 쉽게 요약해 주고 해석까지 더하는 유튜브 채널의 성장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시간도 없고 에너지를 소모하기 싫어 취침 전 유튜브 요약본을 주로 본다"는 K-직장인은 "지식을 습득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화면의 열세’ 현상을 알게 되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뒤 한 집단에게는 종이책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다른 한 집단에게는 똑같은 정보를 화면으로 제공했다. 그다음 모두에게 방금 읽은 내용을 질문했을 때 화면으로 정보를 본 사람들은 내용을 더 적게 이해하고 기억한다는 사실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화면의 열세(도둑맞은 집중력, 어크로스)라고 일컫는데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을 정보 습득의 주요 수단으로 삼는 이들은 이와 같은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더해 나의 독서 이야기를 지면에 옮겨 본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말씀을 잘 안 듣는 아이였다. 부모님 두 분 다 생업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진로나 교육 쪽으로는 밝지 못하셨던 것 같다.


나는 그 나이 때의 사고 수준으로 고집을 부렸다. 사서 고생한 일도 있었고, 원하는 대로 해서 후회는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일도 있다. 타인의 조언을 수용하기보다는 내 생각대로 하는 내가 그나마 최악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가 책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으면 인덱스 탭을 붙인다.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거나 저자의 통찰에 마음이 움직였을 때 그 부분을 표시해 두고 반복해서 읽어 보는 게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빠르게 읽어나갈 때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깊은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하고, 다시 읽으면서 좋은 문장들이 내 안에 침잠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다른 사람 말대로 잘 하지 않는 나도 반복적인 설득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여러 책의 저자가 각각의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형식과 표현 방식만 다를 뿐 같은 것을 가리킨다면 그것은 날 움직이고 행동하게 하는 강한 동인이 된다.


더구나 책은 태생적으로 다른 매체보다 신뢰도가 높은 매체이다. 더불어 여러 저자가 다른 방식으로 공통된 메시지를 전한다면 어떨까. 누구라도 솔깃하지 않을까? 내가 이룬 조그마한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은 독서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부를 부르는 50억 독서법>의 저자 최성락 작가는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것을 얼마나 더 잘하느냐가 경쟁력이다. 여기서 같은 것은 공부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그렇지가 않은데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만으로도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사람들이 책을 보지 않고 인터넷이나 영상 등의 매체로 자료를 찾는 시대이다. 이때에는 책을 보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남과 다른 삶을 원한다면 다른 무엇보다 책을 펼칠 것을 권한다.    

(울산경제 202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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