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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05. 2021

유아도 아플 수 있다.


아기에게 마음이 있을까?

유년기가 아니라 유아기도 아플 수 있을까?    

 

태어나 부모에게만 의지하던 아기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가 되면 자의식이 생기기 시작한다. 엄마의 도움 없이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난 엄마와 다른 사람이다.'를 느낀다. 스스로 걷고, 높은 곳에 닿으면서 아이는 더 많은 것을 스스로 경험하지만 동시에 혼란스럽기도 하다. 엄마와 다른 존재라는 불안감이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집착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자기주장을 내세우다가 부모의 통제로 좌절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변화의 시기에 유아는 스트레스를 받고 아픔을 느낀다. 이렇게 유아의 뿌리가 형성된다.


1980년대, 내 나이 한, 두 살 때는 기억나지 않는다. 걷기, 말하기가 다른 아이보다 빨랐던 아이가 엄마에게서 떨어지면 죽을 듯이 울었다는 게 엄마가 기억하는 아기 때 나의 특징이다. 아기 때의 태도는 이후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학교, 회사 외에는 집순이로 살며 틀에 박힌 일과를 보내고 소수의 친구들과 교류했다. 넓은 세상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고 싶은 마음은 생각 속에 박힌 채, 행동은 틀을 깨지 못했다. 난 어른이 될 때까지, 마음공부를 하기까지 틀을 깨지 못했다.


아이를 늦게 낳았다. 38살에 결혼을 하고 이듬해에 아이를 낳았으니... 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스스로 만든 틀에 갇히지 않고, 더 자유롭고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어쩐지 아이는 나의 어린 시절을 꼭 닮았다.


아이가 두 돌이 지났을 때였다. 회사의 재입사 요청에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오감이 민감하고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아이라 품에서 떼어놓을 시기가 안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회사가 준 기회는 육아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가 된 내게 다시없을 제안이었다. 아이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어린이집 몇 군데를 돌아보기 시작하자, 아이는 달라졌다. 설명해서 이해가 되면 잘 따르던 아이는, 본인의 뜻을 굽히지 않고 떼를 쓰고 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시기에 스트레스가 겹쳐 일어났다. 어린이집에 다니고 한 달 정도는 하원 후 떼쓰며 우는 게 일이었다. 아이는 '나 힘들어.'라고 온몸으로 소리쳤다.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책이나 영상으로 심리 공부를 했다. 아이에 대한 공부는 나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그러는 중, 에니어그램을 접하며 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아이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다른 무엇보다 내 아이는 아픈 마음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여느 부모처럼 가장 예쁘게, 가장 바르게 키우고 싶다. 이 동기가 마음공부를 시작으로 심리 공부까지 이어졌다.

   

유아기도 아플 수 있다. 아이의 건강한 뿌리 형성을 위해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심리학 책을, 에니어그램 책을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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