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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24. 2021

나는 이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방법


나를 찾는 과정에서 기록의 힘을 느꼈을까. 나에 대해 기록하자 불분명하던 내가 분명해졌으므로. 나는 실체가 있는데, 나는 어떤 사람인가의 실체는 기록을 통해 찾았다.


수시로 퐁퐁 떠올라, 제 위치도 없이 머릿속을 떠다니는 생각들이 있다. 생각1에 이어서 곧 2, 3이 나타난다. 1과 2가 손을 잡기도 하고, 2와 3이 손을 잡고 생각4를 만나기도 한다. 생각1부터 4가 어디로 갈지 몰라 우왕좌왕할 때, 생각 5가 나타나 중심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들은 그렇게 머물다가 뭐 하나 이룬 것도 없이 흩어지곤 한다.


오랜 생각 끝에도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린 일이 많았다. 그의 마음을 모르겠고, 그 말과 행동이 내 마음에 남는 이유를 찾지 못했고, 앞으로 취해야 할 행동의 방향을 알지 못했다. 결론을 맺고자 무수히 고민했으나 알 수 없을 때가 많았다. 사람의 일에 단 하나의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겠지만 잘하고 싶고, 잘 지내고 싶고, 상처 받기 싫은 마음에 해결책을 알아내고 싶었다. 해답을 찾지 못할 때는 경험과 지혜의 부족, 결단력 부족이 나를 혼란의 고민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것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일에 대해 글을 쓰며 알았다. 그동안 결론 없이 끝났던 모든 일들은 정리하고 완결 짓지 않아서였다. 나는 방법을 몰랐다. 오랜 시간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결론을 바라는 건 나에게 맞지 않았다. 생각들이 연합하고, 흩어지고, 새로 생기는 과정에서 혼란이 생기자, 생각을 놓게 된 것이다. 사방팔방 뛰는 생각들을 정리하지 못하니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흩어지는 생각들에 혼란을 느끼자 모르겠다로 결론을 내리고 좌절감을 느꼈다.


생각의 정리를 해야겠다. 물건과 사람만이 아니라, 생각에도 이별이 필요하다. 내 곁에 머문 생각들을 다 잡으려 하다가는 모든 걸 잃고 만다. 가장 중요한 것, 가장 마음을 흔드는 것과 함께 해야지. 그래, 기록을 해야겠다.




행복한 마음과 아픈 마음, 화났던 일과 그 이유를 글로 써본다. 행복한 마음, 즐거운 마음을 상대에게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대개의 경우는 그것이 아픔으로 남지 않는다. 화나고 아픈 마음은 그 자체로도 힘겨운데, 이해받지 못할 때 상처는 배가 된다.


글쓰기를 하며, 내 마음과 대화를 한다. 상처, 불만, 걱정 등을 얘기하고 나면, 마음의 부담이 덜어진다. 나만큼 나를 잘 알고,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글을 쓰며 나를 다독이고, 생각을 정리한다. 스스로 덮어두었던 상처를 끄집어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용기를 내야 치유도 가능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 없이 끝나던 일들이 글을 쓰자 정리가 된다. 알 수 없던 이유를 글을 쓰며 알게 되고, 나조차 모르던 나를 알고, 이해할 수 없어 마음을 닫은 그들에게 마음 한 구석을 내어주게 된다.


내가 쓴 글을 내 눈으로 보고, 완성을 위해 읽고 또 읽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한다. 어떤 이야기는 제거되고, 어떤 이야기는 확장된다. 신나게 쓰다가 다시 봤을 때 옆길로 빠진 이야기들은 아깝지만 삭제한다. 때로는 끝맺음을 예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결론이 나기도 한다. 결론으로 도달하는 과정의 이야기들은 내가 자주 거론했던 말이기도 하며, 새로이 발견하는 언어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글쓰기가 답을 주었다. 그러나 글쓰기가 모든 문제의 답을 주지는 못 할 것이다. 나의 경험과 내면의 성숙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일도 있을 것이다. 현재의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는 글쓰기를 선택했다.



나는 나를 드러내기를 주저하는 사람이었다.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범위가 넓어질수록 그런 성향은 더 짙어졌다. 내 가족도 나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듯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존재할 것이다. 나를 드러냄으로 이해받지 못하고, 비난받고, 상처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두려움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 할 것이다. 두려움에 쌓여 움츠렸던 나는, 나를 드러내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의 손을 잡아주었다.


누구라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이가 한 명이라도 내 글을 본다면 작은 위로를 받기를 소망한다. 무엇보다도 내가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내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 글쓰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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