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가 이상해. 빨리 나와봐."
늘어지게 자던 나를 누나가 깨웠다. 단잠을 방해받은 거 같아서 구시렁거리며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는 누나가 바닥에 시선을 고정하고 입을 막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말티즈 코코는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지만 무엇인가 부자연스러웠다. 뒷다리 하나를 땅에 딛지 못하고 절뚝이며 나에게 안겼다. 나는 왜 이러냐고 물었지만 모르겠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하는 수 없이 강아지 슬링 백을 메고 코코를 안에 집어넣고 동물병원으로 가야 했다.
단골 동물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동물병원의 터줏대감 소세지가 짖으며 나를 반겼다. 나는 소세지를 반겨줄 시간도 없이 의사 선생님에게 다가가 코코의 증상을 설명했다.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진찰실로 들어오라 손짓했다. 코코의 다리를 만져보던 의사 선생님은 x-ray를 찍어봐야 한다고 했다. 코코는 나의 품을 벗어나기 싫은 듯 아픈 다리를 끌고 내 품에 코까지 박으며 숨어들었다. 겁을 내는 코코가 불쌍해도 검사받고 처방을 받아야 나을 수 있기에 코코를 의사 선생님께 건넸다. x-ray 실로 끌려가는 코코의 모습은 너무 처량해 보였다.
잠시 뒤 보호자를 부르는 소리에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찰대 위에 코코는 나를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나는 의자에 앉자마자 코코를 안아주었다. 의사 선생님은 특유의 진지하고 심각해 보이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슬개골 탈구에요."
"혹시 높은 데에서 뛰어내린 적이 있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침대에 강아지 계단을 설치해두었지만, 코코는 사람이 오면 적극적으로 반기는 성격이라 계단을 생략하고 뛰어내릴 때가 많았다. 도어록 소리만 들렸다 하면 침대에서 코코는 다이빙하듯 뛰어내려 가족들을 반겼다. 그런 코코가 기특하고 사랑스러우면서 걱정이 되기도 했었는데, 결국 슬개골 탈구라는 사달이 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참 예뻤다. 코코는 내 마음도 모르고 계속 슬링 백에서 빠져나와 걷고 싶다는 듯이 몸을 뒤척였다. 얘는 병원비가 얼마 나온 지도 모르겠지. 수술비는 또 얼마나 들까 걱정하는 나를 이해나 할까. 돌아가는 길은 내가 길게 뱉은 한숨처럼 길었다.
코코의 약값과 병원비가 걱정이긴 했지만, 그보다 더 날 힘들게 한 건 이제 산책은 걷기로만 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이었다. 수술하고 나선 무조건 그래야만 한다고 했다. 참 뛰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좋아하는 일을 막으라니. 이 아이의 행복을 내가 앗아가는 기분이었다. 달릴 때 펄럭이는 이 아이의 귀를 바라보았던 사람이라면 웃지 않을 수 없을 텐데. 가볍게 총 총 우아하게 뛰어다니는 코코는 우리 가족에게 언제나 도파민 같은 존재였다. 이젠 볼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못 뛰게 해야 하니까. 그제야 후회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산책하러 가자고 나에게 조르던 코코를 귀찮다는 이유로 내일 가자는 말 한마디로 퉁 쳤고, 기껏 나가도 갖은 이유로 집으로 일찍 돌아간 나였다. 후회해도 늦었다는 걸 난 알고 있다. 이젠 또 다른 방법으로 코코를 웃게 해줄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 사는 게 이렇다. 꼭 누군가가 아파야만 관심을 주고 사랑을 주게 된다. 더는 후회 하지 않도록 코코를 꼭 껴안고 방법을 찾아내야겠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