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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마을 Sep 17. 2021

[수청마을에 살아요03]見, 視, 觀

조바심은 눈도 가리고 귀도 막는다

조바심은 눈도 가리고 귀도 막는다   


見, 視, 觀으로 터를 찾아라- 터를 찾을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참 많다. 당장 인터넷을 찾아보면 세세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터를 찾는 일을 책을 읽을 때 필요한 관점을 차용해 보면 어떨까? 그 관점을 적용해보면 見, 視, 觀의 눈을 가져라. 이와 같은 관점으로 집터를 찾아보면 그렇게 맞아떨어질 수가 없다. 먼저 보이는 것(見)이 좋아야 한다. 다음으로 주변을 한 번 쓱윽 돌아보면서(視) 만족스러워야 한다. 그리고 혐오시설 유무나 생활 활동에 필수 요소가 만족되는지 등을 살펴야(觀) 한다. 즉, 주변 환경에서 고려해야 할 눈에 보이지 않은 것들이 좋아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면)에는 공을 들어 지은 전원주택들이 비어 있는 곳이 산골에 골짝골짝에 있다. 見과 視만 생각하고 지은 탓이다. 몇 년 살아보니 갑자기 외롭고 주변에 사람이 없다 보니 무섭고 재미있던 농사일도 시들해진다. 그러다가 몸이라도 불편하여 병원을 가려니 너무 멀어서 덜컥 겁이 나기도 했을 법하다. 그래서 다시 도시로 회귀하고 집만 덩그러니 남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팔려고 하니 건축주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맞춤형 집을 짓다 보니 집을 사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만한 비용을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 맞춤형 주택이 맘에 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소위 땅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은 '견(見)'에 충실하다. 더하여 부동산업자들은 視에 자랑거리를 찾아 혹하게 만든다. 남향을 포기하고 나니, 서향에 칠백 리를  흘러내리는 강줄기 풍광을 주는 터를 발견했다. 석양만 바라보아도 날마다 황홀할 것 같은 곳이었다. 견과 시에 빠져 낙점한 터를 주변에 알려 최종 확인차 가족과 지인들이 소위 시찰을 하기 위해 동원되었다. 때마침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어서 불편함이 더해지면서 문제점이 도출되기 시작했다. 도착한 터에 내리자마자 축사에서 나오는 악취로 숨조차 쉬기 힘들게 만들었다. 터를 같이 보았던 아내의 얼굴에 '나 지금 기급했음'이라고 쓰여 있다. 몇 년을 다니다가 지친 탓도 있었고 하루라도 빨리 터를 마련하고픈 조바심이 觀를 놓친 것이다.


見, 視, 觀으로 터를 찾아라. 

먼저 보이는 것(見)이 좋아야 한다. 

다음으로 주변을 한 번 쓰윽 돌아보면서(視) 만족스러워야 한다. 

혐오시설 유무나 생활 활동에 필수 요소가 만족되는지 등을 살펴야(觀) 한다. 즉, 주변 환경에서 고려해야 할 눈에 보이지 않은 것들이 좋아야 한다.



터를 볼 때 '관(觀)'의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조급하면 이 '관(觀)'을 잘 놓친다. 이웃, 주변 환경, 사계절, 자연의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앞 뒤를 견주는 일이라 어렵기도 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노력을 아끼면 반드시 후회를 만든다. 어떤 이는 마음에 두고 있는 터를 사계절 동안 무시로 다니면서 살피라고 조언한다.


터를 구하지 못해 조바심을 내는 것을 보다 못한 지인이 건축 시공업을 하는 업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들은 좋은 물건(터)을 선점하고 있었다. 원하는 사람에게 터를 제공하고 건축은 자신들이 하는 먹이사슬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무튼 그동안의 노력에 비해 너무 쉽게 몇 군데의 터를 추천받았다. 원래는 약간 서향으로 치우친 땅을 토목기술의 발달로 남향으로 만든 터였다. 우리가 원하는 규모보다 작았다. 그러나 그에 비해 주변보다 비싼 값을 요구했다. 남향이 주는 힘이었다. 더하여 토목이 완성되어 있는 터였다. 크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작았지만 남향이라는 이점과 맞바꾸기로 했다. 긴 방황이 마무리되었다. 


견(見) : 그냥 보이는 것. 터가 반듯하다. 경사가 있다/없다.

시(視) : 방향이 좋다. 산 중턱에 있다. 보이는 풍광이 좋다.

관(觀) : 마을에서 적당한 거리가 있다. 주변의 환경(협오시설, 고압선 등)이 좋다. 마을 사람들이 좋다. 해가 어디서 떠서 어디로 지는가? 사계절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받는가? 이 터는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인가? 생활 활동(병원, 시장, 마트 등)에 지장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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