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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술 한잔의 의미
by
함정식
Jan 3. 2022
<사진 : 신주쿠 거리, 도쿄, Photo by 함정식, 2018>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벗어나지 못한 채
저 밖의 세상과 힘겹게 싸워볼 큰 다짐을 하지만
5분 간격으로 울리는 알람을 끄는 일조차 버겁다.
출발부터 만만치 않다.
예상은 했지만 오늘도 만원인 버스.
모두들 단단히 마음먹고 부지런히 준비해서 나왔을 텐데
그에 대한 대가가 늘 이렇다니…
야속하다.
회사에 도착하면, 이불속 나의 각오가 더욱 단단해진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 앉아서
월급을 받는 것 외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를 일을 위해 나의 9할의 공력을 쏟는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은 생존과 직결된다.
때론, 이유 모를 모욕도 감내한다.
상사의 자격 조건에 ‘인류애’ 따위는 없어야 하는 것처럼.
턱밑이 뜨겁
고 몸이 바들바들 떨리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 나에겐 1할의 기운도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그때 울리는 메시지 알림.
끝나고 오랜만에 단골 술집에서 뭉치자는
친구들의 단체 메시지.
그렇게 어렵사리 술자리로 발걸음을 옮겨
술집 초입에 들어서면
모두들 뒤 돌아보며 한 손을 들어 반겨준다.
그제야 오늘 첫 웃음이 지어진다.
하나같이 오늘도 전투에서 패했다며,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
하지만 속속들이 너무 잘 아는
친구
들 상사 놈의 공과를 들으며
쓴 약 같은 소주 한잔으로 치유를 시작
한다.
사실 소주 한잔에 큰 의미는 없다.
오늘 하루 전투를 마친 우리들을
뭉치게 해주는 정도 외에는…
하지만 그것조차 없다면,
어딘가 불합리했던 나의 하루의 끝에서
맨 정신으로 비틀거리다 쓰러질 것이다.
퇴근 후 술 한잔은 나에게 그런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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