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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정식 Jan 04. 2022

어느 아침의 일출

지중해에서의 일출, Costa Serena, Photo by 함정식, 2013

어느 이른 아침,

지중해를 항해하는 크루즈의

선상 갑판에 올라 일출을 기다린다.


바람은 습기를 머금어 무거울 만 한데

세상 그 어떤 공기보다도 산뜻하다.


시원한데 포근하다.


이 기분을,

그 아침에 맞았던 바람의

언제까지고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 여명이 걷히는 방향을 따라

카메라를 가져가 본다.


하지만 눈에 담기는 장면을,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그 아침의 기분을

주먹 하나만 한 검은 이 사각형의 상자에

고스란히 사진으로 옮기기가 쉽지는 않다.


지평선 위로 올라오는 태양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마음도 다급해져 결국 고루한 사진 몇 장만 남았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아련해진 그때의 기분은 그 자체로 훌륭한 것이었고,

그 기분을 사진으로 가져와 그대로 남긴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았다.


그때의 나는 이 사진 속에

나의 욕심과 위선, 왜곡된 마음으로

그 위대한 아침의 기분을 남기려 했다.


그리고 지금,

어떤 욕심으로 인해 나의 사진과 글에

진실되지 못함이 아스라이 스며들지 않길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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