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oodl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들러 May 07. 2024

실력과 자본이 합쳐진 결과, 편강율 플래그십 스토어

조용하고 단아한, 기품 있는 부자 선생님

이 플래그쉽 스토어를 통해 느낀 점은,

이 브랜드가 사람이라면 조용하고 단아한, 기품 있는 부자 선생님일 것이다.



삼청동 플래그십 스토어 중에

어디를 가볼까 찾다가 발견한 곳이었다. 브랜드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우리가 가는 동선이길래 들러보자 했다. 당일 길을 걷다 샛길에 예쁜 정원이 있어서 저기 가보자! 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우리가 가기로 했던 그 편강율 플래그십 스토어였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샛길 끝에 있다. 두리번거리며 걷지 않는 이상 눈에 띄지 않아 찾기 어렵다. J는 그 부분을 아쉬워했는데 L은 그 위치여서 오히려 이 공간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했다. 막다른 골목 끝에 보이는 규모 있는 정원과 단독 건물은 마치 갑자기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정원에는

아기자기 예쁜 들풀과 들꽃들이 피어있었다. 빽빽하게, 혹은 다 통일된 색과 종이 아닌 자연스럽게 섞여서 나있는 모습이 더 어여뻤다. 무심하게 단조로운 느낌이 편안한 느낌을 줄 뿐만이 아니라 공간에 들어가는 입구에 정원을 비치함으로써 다른 공간과 분리된 느낌을 줘 공간의 몰입감을 향상했다.


그 가운데에는 철로 된 탑이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철탑’을 떠올렸을 때의 철탑 이미지와는 달랐다. 한국 전통 돌탑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작품 같았다. 이 철탑부터가 평간 율이라는 브랜드를 잘 표현하고 있는 듯했다.



편강율은 편강한의원에서 만든 코스메틱 브랜드로, 한국의 전통성에 기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들어졌다. 삼청동 플래그십 스토어도 4층 한옥을 개조한 곳이었다. 1층에는 통창이 열려있는 방식도 참 멋스럽게 느껴졌다. 마치 건물 내부와 외부가 단절된 게 아니라 이어진듯한 느낌을 주었다.


1층에 들어가자 바로 반겨주는 건 친절한 인사와 웰컴티였다. 무슨 루이보스티였는데.. 색감과 향과 맛이 이 공간과 브랜드에 더 몰입하게 만들어주었다. 조화로웠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브랜드 경험을 주겠다고, 특히 공감각적인 브랜드 경험을 주겠다고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데, 그 모든 경험이 브랜드와 얼라인이 되고 시너지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편강율의 공간과 웰컴티는 그 성공적인 시작을 알리는 존재였다.



그리고 1층 한가운데에 큰 규모의 돌 세면대가 있었다. 세면대라고 칭하기에 애매한데.. 손을 씻는 장소가 있었다. 그 큰 돌 세면대가 자칫 생뚱맞아 보일 수 있지만, 정원부터 1층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고, 돌탑과 돌세면대가 잘 어울리는 느낌이 오히려 통일성을 주었고 우리를 환영해 주는 듯했다. 편강율의 핸드워시로 손을 씻고, 편강율 크림도 바른 후 본격적으로 구경을 시작했다.


지하 1층에는

편강 한의원의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전시가 있었다. 2층에서는 편강율이라는 브랜드가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고,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자 하는지 보여주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원목과 자개였다. 우선 건물의 계단과 손잡이부터 오래된 한옥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 세월감이 오히려 이 공간과 브랜드에 더 큰 진정성과 무게감을 주었다. 자개장은 유사하게 만든 게 아닌 실제로 오래된 자개장을 공수해 와, 자개장 또한 살짝 뜯어지고, 기울고 한 부분이 있었다. 그 또한 더 고급스럽고 묵직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옆으로는 편강율 코스메틱 라인이 쭉 전시되어 있었다. 베이비 라인부터 가장 상위라인인 자개 디자인이 들어간 라인도 있었다. 제품 디스플레이가 굉장히 친절하고 디테일한 게 또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보통 매장은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 플래그십 스토어는 추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꽤나 어렵다. 하지만 편강율 삼청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은 느낌이었다. 제품 구경도 전혀 따분하지 않게 재미있었고, 체험하기도 쉬웠고, 고객이 궁금해할 만한 정보는 다 나와있었다. 보면 볼수록 사고 싶었다.



참고로 자개 디자인이 들어간 코스메틱 라인이 가장 상위라인인 듯했고, 패키징까지 예뻐 어르신 및 외국인들에게 선물로 주기 최적의 상품이었다. 가격 또한 예상외로 합리적이라 더 브랜드 선호도가 올라갔다.


성수에도 할 수 있고

여의도에서도 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굳이 삼청동에서 하는 이유. 삼청동아 아니더라 어디서든 하든 그 동네를 선택한 이유가 유동성 외에도 꼭 있었으면 한다.



그 방면에서 편강율은 이 위치를 선택한 이유가 뚜렷했고, 역으로 이유가 없었더라고 이 위치를 주어진 것 이상으로 잘 살렸다. 창이 곳곳에 놓아 자연스럽게 동네와 호흡하는 느낌을 주었다. 이 이전, 이후에 들렀던 어떤 곳보다도 동네를 가장 잘 활용했다. 1층은 고즈넉했다면, 2층 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푸르게 활력이 느껴졌다. 3층은 꽤나 모던하고도 힙한 테라스가 있었는데, 탁 트이고 테라스와 의자도 잘 조성되어 있어 여러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J는 이곳이 가장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이라고 했다.



주로 ‘화려한데 심플하게’, ‘클래식한데 트렌디하게’와 같은 말을 들으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다. 근데 삼청동 편강율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를 해냈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이고 한국적인 느낌이 살아있으면서 모던하고 현대적인 느낌이 조화가 잘 되어있어 촌스럽지 않고 세련되게 다가왔다. 공감각과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제품의 소재감들은 시간까지 느껴지게 함으로써 브랜드를 총체적으로 완성시켰다.


모든 곳에서 브랜딩을 고려한 세심함이 느껴진 삼청동 편강율 플래그십 스토어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의 고급 식료품점은 뭐가 다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