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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들러 Jun 03. 2024

북촌에서 발견한 아모레퍼시픽 유니버스

오설록티하우스 북촌점, 그리고 설화수의 집

북촌 2번 출구를 나와 위로 쭉 올라가다 보면 돌계단 옆 높은 담벼락에 오설록 이름이 적혀있다. 그 돌계단 위로 올라가면 오설록으로, 돌계단을 지나쳐 그 옆의 한옥으로 들어가면 설화수의 집으로 갈 수 있는 이곳은 아모레의 두 대표적인 브랜드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1945년에 설립된 토종 한국 화장품 브랜드로 설화수, 헤라, 이니스프리 등 메이크업 브랜드는 물론 오설록과 같은 녹차 브랜드도 소유하고 있다. 즉, 오설록과 설화수의 집은 같은 DNA를 가지고 있는 형제 브랜드이다.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과 설화수의 집을 통틀어 부르는 하나의 이름은 없지만 두 브랜드가 가진 연관성을 암시하듯 두 가게는 사뭇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과 설화수의 집은 공통적으로 금속 활자, 원목과 도자기 인테리어를 활용하고 있었는데, 두 브랜드의 인테리어 지향점은 분명히 달랐지만 인테리어의 미묘한 통일성은 오설록에서부터 설화수로 이어지는 경험이 어색함 없이 흐르게 만들어줬다.


설화수의 집 위층에는 설화 정원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는데, 이 문을 열고 나가면 오설록을 방문했던 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한 공간이 보인다. 정말 예상치 못하게도 오설록을 경험하며 즐겼던 앞마당이 설화수의 집과 이어져있었던 것이었다. 오설록을 떠나기 전에 충분히 즐겼던 공간이었던 만큼 다시 방문하게 되었을 때 느껴졌던 당황스러움은 두 가게가 이어져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놀라움과 즐거움으로 바뀌게 되었다. 두 브랜드가 하나의 모 브랜드로 이어져있다는 것을 고객에게 직관적으로 잘 이해시켜 줄 수 있는 이 보다 좋은 방법이 과연 있을까?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잘 짜인 경험이 줄 수 있는 힘을 잘 보여준 것 같다.




오설록 티하우스


0. 둘이 연결되어 있는 걸 알기 전부터 우리는 오설록과 설화수를 들르자고 했었다. 오설록이 좀 더 가까이 있어 먼저 들어갔다.


1. 오설록은 제주의 감성을 잘 구현하고 있었다. 예전의 이니스프리처럼 제주의 대표성을 띄고는 있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대중적인 수준에서 차라는 소재를 가장 한국적으로 잘 풀어낸 브랜드다.


2. 벽의 소재와 색감은 제주스러운 집과 같았고, 차를 시켰을 때 나오는 설명지 등은 한지 위에 퍼진 맑은 수채화 같았다. 살짝 탁하면서 중채도인 색감들이 더 한국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었다.


3. F&B답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음식과 차였다. 전통 다과 한 상과 다양한 차 종류. 그리고 차가 담긴 잔과 트레이는 마시는 경험에 더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장치들이었다. 잔과 주전자가 예뻐서 끝까지 탐이 났었다. 모던하면서 전통적인 디자인이 오설록이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줬다.


4. 한국과 제주의 느낌을 반영하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은 ‘친절함’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일층에 있는 차 시음코너, 제품 디스플레이, 차 설명지와 화장실도 친절했다. 경험의 엔트리 레벨을 낮출 수 있는 요소들이 공간 구석구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5. 오설록에서 뭐가 가장 기억에 남냐고 물어본다면, 일층 샵 카운터에 포춘쿠키였다. 너무 귀엽고, 기분 좋은 선물용으로 딱이었다. 옆에서는 직원이 포춘쿠키를 만들고 있었다. 역시 귀여운 건 못 이기는 건가..




설화수의 집


0. 설화수의 집은 정문으로 들어가자마자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잉? 스러웠다. 건물도 길도 여러 개였기 때문. 설화수의 집을 보고 나면 어떤 페르소나를 잡고 기획했는지 명확하게 그려진다. 부잣집 마님과 그의 화장대.


1. 여러 채의 떨어진 건물 사이는 모두 잘 조성된 통로이자 정원이었다. 정문에 가까이 있는 건물들은 페르소나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해주는 곳 같았고, 보다 안쪽으로 있는 건물들은 제품을 경험하는 목적이 더 강했다. 새롭게 디자인된 설화수 패키지와, 잘 알지 못했던 코스메틱 라인도 자연스럽게 알게 만든다.


2. 건물 내부는 백자와 자개로 한국적인 고급스러움을 풀어냈다. 특히 그에 어울리는 조명을 다양한 형태로 사용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은은한 간접조명도 있었고, 독특한 디자인의 등도 있었다. 그 모든 게 조화롭게 어우러져 부잣집 마님의 집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3. 인테리어에서 보이진 않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사실 동선이다. 건물 외부의 동선도 특이했다면, 내부 동선도 신선했다. 계단, 반층, 화장실 위치, 일층 정원과 이층 정원 등 돌아다니며 저절로 동선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뻔할 수 있는 곳을 뻔하지 않게 만들어준 key 요소였다.


4. 설화수의 집은 집에 진심이었다. 창에도 종이에도 이곳저곳에 다 집의 기와지붕이 심벌로 들어가 있었다. 볼 때마다 여기가 집이고 한국이라는 걸 상기시켜 주는 요소였다.


5. 이 집을 다 경험한 후에 다시 생각해 본 이름 ‘설화수의 집’은 최근 다닌 수많은 곳 중 가장 잘 지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테일에도 신경 쓴 공간으로 공간 브랜딩, 공간 경험을 성공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집에 진심이었고, 그 안에 있는 동안 그 경험에는 끊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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