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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고 있니?(베트남 호찌민)

by 소정

동남아시아 여행을 하다 보면 건물들은 원색으로 페인트칠을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곳만의 쨍한 햇살이 주변의 색을 선명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베트남 호찌민도 마찬가지였다.


호찌민의 중심지를 걷던 중 노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어찌나 샛노란지 건물을 제외한 주변은 흐려 보였다. 주위에는 예비부부들의 웨딩 촬영이 한창이었다. ‘호찌민 중앙 우체국’이다.


'호찌민 중앙 우체국'은 에펠탑을 만든 '알렉상드르 귀스타브 에펠(Alexandre Gustave Eiffel)의 작품이라고 한다. 100년이 훌쩍 넘은 건물이다. 에펠은 어떤 연유로 이 먼 베트남까지 건축을 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안으로 들어가니 활처럼 휜 아치의 천장이 유럽과 닮았다. 실내는 영화 ‘캐치미 이프 유 캔’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위조 수표를 건냈던 은행 창구와 비슷했다. 곳곳에서는 우체국 사진이 들어간 열쇠고리, 인형, 병따개, 엽서 따위를 팔고 있었다. 편지를 부치는 이보다 관광객이 대부분이라 도떼기시장 같다. 왁자지껄한 틈을 피해 구석으로 도망갔다. 엽서를 꺼내 내게 편지를 써본다.


'나, 잘살고 있는 거니?'

나... 잘살고 있나?

즐겁게 살고 있나?

행복하게 살고 있나?

정직하게 살고 있나?

굳건하게 살고 있나?


한참을 고민하다 엽서를 내려놓았다. 내 삶이 어떻게 영글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의미없이 하루를 때우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나는 그곳을 도망치듯이 뛰쳐 나갔다.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은 어느 날, 호찌민 우체국이 떠올랐다. 그리도 나에게 다시 물어본다.

'너, 잘 지내고 있니?‘

’너, 잘살고 있니?‘


image01.png 호찌민 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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