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일상 Oct 25. 2023

기록의 이유

일상 09. 나는 살아있다


나는 살아있다. 블로그에 일기를 쓰면서 지나가는 감정이나 생각을 붙잡아 글로 남기면 그 안에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블로그에는 대체로 출석하고, 가끔은 결석하고, 때로는 병가를 낸다. 브런치 스토리 마찬가지다.



오늘 블로그에서 '블로그에 일기 같은 글을 쓰는 분'이라는 문장을 읽었다. 수익형 블로그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블로그에 일기 같은 글을 올리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내가 시간을 들여 올린 글이 어떤 유익한 정보 전달의 글도 아니며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배움의 글도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이미 깨닫고 고민하던 사실이었음에도 불특정 다수에게 설명하는 글이었는데도 맥이 탁 풀어진다.



남들에게 도움도 안 되는 대체로 집에서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그럼에도 나는 쓰고 있다. 조회 수가 안 나온다고. 읽는 이가 없다고. 혼자 쓰는 일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끝까지 쓰는 용기를 내보자고. 다짐하는 마음으로 쓴다.




오늘 화요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하루 일찍 잠을 자서 하루가 삭제되었나 보다. 퇴근 후 집으로 가려는데 봄이한테 전화가 왔다. 언제 데리러 오냐고. 엥? 뭐지. 오늘 수요일이었나.



그동안 이렇게 얼마나 많은 기억을 지우며 살아왔을까? 아마 내가 기억하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기억하는 것이 살아있다는 뜻이 아닐까? 나태주 시인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어머니는 언제 죽나

내가 죽을 때 죽지











기억하지 못하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 사람, 치매로 기억을 잃은 사람, 기억을 꺼내지 않고 일부러 묻어두는 사람.



나는 일기를 쓰면서 기억을 기록하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이다. 어쩌면 살아 있음을 느끼려는 발버둥일지도 모른다. 저 멀리 봄이가 학교 근처 빨간 우체통이 있는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벽돌 같은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나를 기다리는 봄이를 떠올리며 오늘을 기록해 본다.



2023.10.18 꿈꾸는 일기




매거진의 이전글 먹고사는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