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자격증을 가진 나는 특정한 분류로 구분된 직장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그 일을 계속할 수 없음을 느꼈다... 단지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그만두는 이유는 타인의 불행이 신경 쓰여서였다.라고 자꾸 되뇌었다.
새로운 직종의 면접에 도전했고 끝내 합격을 해 원래 가졌던 직업을 정리했다.
그리고....
출근 첫날이 되었다.
팀장이라는 분은 내게 업무분담을 설명하며 다히씨가 맡은 일은 두 가지인데 그중 한 가지는 카페운영관리입니다.라고 했다.
처음엔 자세히 카페운영을 어떻게 하는지 알턱이 없는 나는 우와 카페를 제가요? 제 최종꿈은 자영업이긴 해요 ㅎㅎ
그러자 팀장은 말했다. 잘됐네요 , 여기서 꿈을 펼쳐보세요
그때 나는 뭔가 잘못됐음을 짐작했다.
원래 하던 일도 식재료를 발주하는 일이라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날부터 나는 일을 하는 동안 내내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팀장님 인수인계는 없는 건가요?
얼마나 시켜야 되는지, 어디서 시켜야 되는지 누구한테 물어보는지 아세요?
팀장님은 그저 웃기만 하셨고 나는 업체마다 전화로 물어물어 양을 책정했고 직접 물건을 사러 가는 일도 허다했다.
카페에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 사담을 나누는 중 선생님 특정 물품은 상품가치가 훼손돼서 직접 사러 가야 돼!
아.... 거기가 어딘대요? 저는 운전을 잘하지 못하는데 만약 같은 동네라면 문제없지만 지역을 벗어난다면 문제가 되겠는데요?
나의 걱정은 확신이 되었고 일의 절반은 물건을 사다가 카페에 가져다주는 일이 많아졌다.
입사한 지 8일째 되던 날 나는 팀장에게 말했다.
이유는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사람 뽑으셔야 될 거 같아요.
사실 나는 면담을 요청해 변경을 요구하고 싶었지만 내 일을 누군가와 바꾸게 된다면 내 맘이 편할 거 같지 않아 그만두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왜 그만두려 하는지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바뀔 거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을 드리고 카페로 향해 일하시는 선생님들과 재고 정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데 내게 한 선생님이 말하셨다. 선생님 힘들죠? 우리 앞으로 서로 도와가며 잘해봐요. 내가 많이 도와드릴게요.
그 말을 듣는데 뿌리칠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자꾸 번복한다면 내 말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걸 알고 있지만 한번 다시 도전해 볼까?라는 희미한 용기가 나기 시작했다.
팀장님께 생각을 할 시간을 다시 달라고 요청했고 나는 다시 해보겠다고 결정했다.
근데 나는 그 결정을 아직도 두고두고 후회한다.
다시 업무를 시작하는데 처음 힘들었던 것보다 배로 힘듦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역을 벗어나 구매를 위해 다녀오는 일도 물건을 사다 나르는 일도 많아졌다.
매서운 추위에 밖에서 오들오들 떠는 일도 많아져 감기에 몸살에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정에 약했던 나는 그저 한 선생님의 말만 듣고 다니기로 결정했던 그 순간을 후회했다.
그리고 나는 입사한 지 3주가 된 금요일 오전. 다시 팀장님께 말했다.
자꾸 번복해서 죄송하지만 저와 안 맞는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나는 월요일이 돼서 출근을 하게 된다면 이제 정리를 하고 말일을 기준으로 나와야 된다.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면 세상에 안 힘든 일은 없다는 건 맞다. 다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비전이 없는 계약직 자리라면 더 나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자리가 나타난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나올 줄도 알아야 된다는 사실이다.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가족들에게 말한다.
이렇게 몸이 아프고 힘든 일이라고 할지언정 계속해봤어야 됐을까?
아님
포기하고 다른 일자리로 가는 선택을 하는 게 좋을까?
그래서 말인데...
내가 포기가 빠른 사람처럼 보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