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떡국떡을 선물 받아 며칠 끓였다. 가래떡을 좋아하는 아들은 떡국도 역시나 좋아한다.
그날도 시댁에 가기 전 점심으로 간단하게 떡국을 끓여 먹었다. 엄마가 끓여준 떡국은 맛있다는 말로 부족하다며, 세상 최고의 맛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 아들이 쌍엄지를 날리며 한 말이다.
엄마,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데요.
응. 그래서 설날에 떡국을 끓이지.
음. 그럼 저는 나이를 맛있게 먹을 거예요.
'나이를 맛있게 먹는다'라는 말이 왠지 좀 웃겼지만또 어른이 된다는 게 과연 무얼까 생각하게 했다.
탈이 났다. 간밤에 속이 울렁울렁해 잠에서 깨 급기야 속을 게워내었다. 누군가 밤사이 내 몸을 욕조에 담가둔 이불 빨래하듯 자근자근 밟아 놓은 듯 쑤시고 아프기까지 했다. 그렇게 다시 잠들지 못하고 새벽이 깨어날 때쯤에서야 자는 아들 옆에 누웠다 까무룩 잠이 들었나 보다. 작고 차가운 것이 이마 위를 짚어눈을 살포시 떴다.끙끙 않는 엄마가 걱정돼 이마를 짚어봤다는 아들. 너무 뜨겁다며 걱정을 가득 담은 얼굴로 엄마를 빤히 쳐다보며 한 말이다.
엄마, 어디 아파요? 몸이 너무 뜨거워요.
응. 온몸이 너무 아파.
엄마, 그럼 좋아하는 걸 생각해 보세요. 가령 저를요. 그럼 좀 덜 아플지도 몰라요.
사랑하고 좋아하는 걸 생각하면 아픔도 덜해질 거라는 아들의 말에 웃음이 났지만 걱정을 이렇게 신박하게 하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아들의 방학이 곧 끝이 난다. 계획대로 충분히 진행되진 않았던 방학이었지만 사랑스러운 너와의 시간이 엄마로서는 행복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방학은 조금 더 네가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