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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Jun 27. 2022

설상가상



업무 스케줄에 많은 이벤트들이 예정되어 있다. 월 말이면 늘 제품 업데이트가 있고, 회사 워크샵도 다음 주에 있고.. 7월.. 8월.. 개발 일정까지 이미 잡혀있다. 숨이 턱턱 막힌다. 이렇게 사는 거 맞는 건가. 고통이 기본값이고, 버티는 게 인생이라는데. 모든 안 좋은 일은 항상 겹쳐 일어났다. 일단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오니까 신체에 반영이 됐다. 피로감에 바로 몸에 염증이 뙇 하고 생기질 않나. 여름이 되고 습해진 날씨에 아토피가 극성이라 고통스럽질 않나. 두 달 동안 오지 않던 생리가 오질 않나. 그 외에 신변에도 여러 이벤트가 일어났는데. 다니던 요가원의 수강 시간이 바뀌어 도저히 다닐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손해를 많이 보고 환불했다. 물리적으로 날고 기어도 갈 수 없는데 어떡해. 사실 요가원이 야속했다. 어쩔 수 없는 건 알아도. 일방적이며, 배려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나는 내려놓기로 했다. 돈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얻은 것들. 알게 된 것들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자고 생각했다. 나에게 좋자고 벌려놓은 일들이 이렇게 한 번에 화가 되어 돌아오는 것을 보고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냥 물처럼 흘러가는 대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엇도 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악착같이 살지 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을 것들을 생각해 봤다. 놀랍게도 생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직장은 그리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이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괴로울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었다. 살아가는 데에 분명 돈도 필요하니까. 그래서 지금 나는 이렇게 고통과 등가교환하고 있다는 생각이지만. 그냥 도망가면 어때. 아깝지 않아. 돈은 있다가도 없는 거고, 없다가도 있는 거고. 이렇게 고민하고 걱정하는 순간도 언젠간 지나가.

놓지 못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과 나의 욕심 때문이다. 끊임없이 의심하니까. 이 시간을 버티면 괜찮아질까? 이 순간만 이토록 극심하게 고통스러운 걸까? 고통을 버티고 나면 성장하는 걸까? 피해버리면 패배자가 되는 기분이 들까? 이런 게 삶인 걸까? 매일 깊은 생각과 고민의 연속이다. 절대 단순하지 않지만 단순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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